충북 보건진료소 8곳 간호사 결원 장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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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 마로면 기대리의 설영순(54 ·여)씨는 요즘 마을 복판의 보건진료소를 지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올들어 매주 금요일 오후에만 문을 열어 제때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번기여서 4㎞ 거리의 면 보건지소나 16㎞ 떨어진 읍내 보건소까지 갈 시간이 없던 설씨는 덕분(?)에 1주일 전 걸린 감기가 한참 악화된 뒤인 지난 15일에야 16㎞떨어진 읍내까지 나가서 편도선 등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충북도내 일부 보건진료소가 공무원 구조조정 여파로 결원이 발생했는데도 진료원(간호사)을 충원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7일 도에 따르면 보건진료소는 농어촌특별조치법에 따라 자치단체마다 무의촌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간호사자격증 소지하고 6개월의 소정교육을 이수한 간호사를 1명씩 상주시켜 운영하는 것으로 도내에는 162군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공무원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도내에는 보은군 외속리면 삼가진료소와 진천군 초평면 영구진료소가 아예 폐지된데 이어 지금까지 보은·옥천·영동 각 2곳,괴산 ·제천 각1곳 등 8군데가 결원이 생겼으나 제천을 제외하고는 충원 계획이 없다.이 중 옥천군 안남면 지수진료소는 34개월째 비어있다.

마로면 기대진료소의 경우 인근 소여1·2구,오천1·2구를 포함해 6백30여명의 1차의료기관 역할을 해왔으나 보은군은 9개월동안 나머지 진료소 진료원 12명이 돌아가며 매주 1차례씩 진료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지역 주민들은 감기나 배탈,설사 등 가벼운 질환이나 농작업 중 상처를 입어도 수십리 떨어진 보건지소나 읍내 병 ·의원 등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마로면 기대리 이장 정운섭씨는 “조그만 부상이나 병세에도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노인들이 많은데도 제때 치료를 못해 병을 키우는 일이 다반사”라며 “하루빨리 진료원을 재배치해 농민들의 의료서비스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아쉬운대로 인근 진료소를 통해 격일·주간제 근무 등으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충원계획은 정부의 구조조정 일정이 완전히 마무리돼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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