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r Nothing" 아닌 "Son or Nothing" 됐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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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 포스터. 여러 포스터 중 손흥민이 주인공인 버전. [사진 아마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 포스터. 여러 포스터 중 손흥민이 주인공인 버전. [사진 아마존]

“How is that red? Tell me please."(어떻게 이게 퇴장이야? 설명 좀 해줘)

아마존 제작한 토트넘 다큐 화제 #퇴장 손흥민 라커룸 울분도 공개 #손흥민 향한 모리뉴 애정 드러나 #오프닝 장면 번리전 79m 원더골

레드카드를 받은 손흥민(28)이 라커룸에 들어오며 고함을 지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를 다룬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모 아니면 도)의 한 장면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비밀공간인 라커룸까지 카메라를 설치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찍었다. 총 9부작으로, 지난달 31일 에피소드 1~3편, 7일 4~6편이 공개됐고, 7~9편은 14일 공개 예정이다. 할리우드 배우 톰 하디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한국 등 전 세계 200개국에서 시청할 수 있다.

다큐에는 축구를 향한 손흥민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3편에 손흥민이 지난해 12월22일 첼시전 퇴장 후 격분하는 모습이 나온다. 다큐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다. 넘어진 손흥민이 안토니오 뤼디거 가슴 쪽으로 다리를 뻗었다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손흥민은 라커룸에서 울먹이며 얼굴을 감싼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내 잘못이다. 팀, 동료, 팬에게 죄송하다”고 말한다.

손흥민은 그 퇴장 불과 2주 전, 번리전에서 79m 드리블 골을 터트렸다. 전 세계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다큐 제목처럼 “축구는 모 아니면 도”라는 걸 손흥민에게 깨우쳐주고 있었다.

첼시전 퇴장 후 라커룸에서 홀로 앉아 자책하는 손흥민.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캡처]

첼시전 퇴장 후 라커룸에서 홀로 앉아 자책하는 손흥민. [사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캡처]

영국에서는 손흥민이 퇴장 직후에도 촬영에 응한 점에 주목했다. 토트넘 출신 앤드로스 타운젠트(크리스털 팰리스)는 2일 토크스포츠에 “손흥민이 축구계에서 가장 멋진 선수라는 게 행운이다. 다른 선수였다면 100% 카메라에 적대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손흥민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6편에서는 손흥민이 부상에도 경기 출전 의지를 다지는 장면이 나온다. 팔이 부러진 줄도 모른 채 2골을 넣은 2월16일 애스턴 빌라전의 다음 날이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이 필요하다”는 말에 손흥민은 “나는 (내 몸을) 스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모든 걸 보기 때문이다. 난 수요일 경기(챔피언스리그 라이프치히전)에 뛰고 싶다”고 말한다.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도 의료진과 다투며 “손흥민은 MRI 촬영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뛰기를 원한다. 만약 뭔가 발견되면 뛰는 걸 막을 건가? 그는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손흥민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다큐에서 모리뉴 감독은 미드필더 델리 알리를 향해 “훈련 시간에 게으른 친구”라고 지적한다. 짧은 출전 시간에 불만을 품고 찾아온 대니 로즈와 말다툼도 한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은 훈련 중 다가온 손흥민을 껴안으며 “한국의 왕, 무슨 일이야? 네가 뭔가 질문한다면 나도 질문하고 싶어”라고 말한다. 애정이 진하게 드러난다.

다큐는 모리뉴 감독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손흥민도 꽤 비중 있게 다뤄진다. 더 타임스의 앨리슨 루드 기자는 시사회 직후 “(다큐 제목이) ‘Son or Nothing(손흥민 빼면 없어)’이라 불렸어야 했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1편 오프닝 장면은 손흥민의 번리전 원더골이다. 손흥민이 한국 팬 응원에 힘을 얻는 모습도 나온다.

남은 3편의 에피소드에는 손흥민과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충돌한 뒤의 라커룸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손흥민이 개인 훈련하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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