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따로 사는데 장남이라고 가족수당 주지 마라"…인권위 시정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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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뉴시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뉴시스

서울 한 공기업은 직원이 부모를 모시며 함께 살 경우 가족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장남인 직원은 부모와 같이 살지 않아도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차남인 직원 A씨는 수년 전까지 부모와 함께 살며 가족수당을 받다가 세대 분리를 하게 됐다. 이를 안 회사는 세대 분리한 날부터 최근까지 45개월간 지급된 가족수당 수백만 원을 환수했다. A씨가 장남이었으면 수당을 돌려주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그러자 A씨는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8일 “가족 수당을 지급할 때 출생 순서나 성별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하고 장남이 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부모를 부양하는 실태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생 순서와 성별에 따라 가족수당 지급을 달리하는 것은, 장남을 부양 의무자로 보는 호주제도의 잔재라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인권위는 한 운수회사가 직원들의 친조부모 사망 시 경조사 휴가를 부여하면서 외조부모 사망 시에는 휴가를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똑같이 휴가를 주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부계 혈통의 남성 중심으로 장례가 이뤄질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한 것”이라며 “민법상 조부모는 외조부모와 친조부모를 모두 포괄하므로 외조부모와 친조부모는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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