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책사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정융녠(鄭永年) 교수가 싱가포르국립대학 재직 시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엄중한 경고를 받았고 또 대학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5일 보도해 중국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연구소 소장 재직 시 #연구소 20대 연구원 성추행 한 혐의 받아 #지난 4월 싱가포르 경찰이 “엄중 경고” #변호인 측 “경고가 유죄 말하는 건 아니야”
중국의 정치 및 외교 분야에서 중화권 최고의 학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정융녠 교수는 지난달 24일 시 주석이 9명의 학자를 초청해 주재한 경제사회 분야 전문가 좌담회에 경제학자가 아닌 학자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커다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정 교수의 좌담회 참석이 가능했던 건 미·중 갈등 속 중국의 대응 방안을 찾으려는 시 주석의 깊은 관심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 교수의 “감정적 대응으론 미국을 이기지 못하니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주장은 중국 외교부가 채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의 대중 압박이 거세지면서 중국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 최근 많은 중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시 주석 좌담회에 처음으로 홍콩중문대(深圳) 글로벌 및 당대 중국고등연구원 원장의 신분으로 참석하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1962년 중국 저장(浙江)성 출신으로, 베이징대학을 거쳐 미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97년 싱가포르국립대학 동아연구소로 가 2008년부터 줄곧 동아연구소 소장을 맡아 왔다.
명보가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8년 5월 동아연구소에 근무하는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해당 여성과의 인터뷰를 통해 5일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SCMP에 따르면 20대의 이 여성은 동아연구소 연구원 신분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2018년 5월 정 교수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정 교수가 자신을 껴안고 또 엉덩이를 치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깜짝 놀라 정 교수의 사무실을 울며 뛰쳐나온 이 연구원은 이후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문자로 정 교수에게 보냈고 정 교수로부터 “매우 미안하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SCMP에 말했다.
또 용기를 내 싱가포르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하기까지 1년이 걸렸으며, 경찰은 조사 이후 지난 4월 정 교수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냈으며 싱가포르국립대학은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싱가포르국립대학 동아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이 여성은 이번 일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공격하고 모욕을 주는 2차 피해를 보고 있기도 하다고 SCMP에 밝혔다.
현재 중화권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상에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 등 신상이 털린 상태인 데다가 “정 교수 취향이 그렇게 나쁠 리 없다. 당신을 한 번 쳐다보기만 해도 당신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걸 알 수 있다”와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5월 동아연구소 소장에서 물러났고 올해 싱가포르국립대학을 사직한 정 교수 측은 변호인을 통해 사직이 이번 일과 무관하며 싱가포르 경찰의 경고 또한 유죄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