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돌돌 말거나 세로로 돌리거나…TV도 화질·음질 넘어 겉모양 경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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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15면

기업들의 폼팩터 전쟁은 ‘가전의 꽃’ TV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 공개한, 화면이 돌돌 말리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이하 롤러블(rollable) TV)’의 출시가 임박했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서울 일부 매장에서 롤러블 TV를 전시하고, 이달 중순쯤 예약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롤러블 TV는 평소에는 화면을 돌돌 말아 하단의 스피커 본체 안에 보관할 수 있는 TV다. 전원을 켜면 말려 있던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최대 65인치 크기로 펼쳐진다. 화면 전체를 노출해 TV로 활용하는 ‘풀 뷰’, 화면 일부만 노출해 시계 등으로 쓸 수 있는 ‘라인 뷰’, 화면을 완전히 내려 오디오로 활용할 수 있는 ‘제로 뷰’ 등의 기능을 갖췄다. 다만 1억원대라는 만만찮은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선 삼성전자는 역시 전에 없던 폼팩터인 ‘더 세로’ TV를 지난해 선보이면서 관심을 모았다. 화면이 가로로 더 긴 일반 TV와 달리 이 TV는 이름처럼 세로로 더 길다. 세로 화면에 최적화한 유튜브 등의 모바일 콘텐트를 즐기는 데 익숙한 요즘 소비자들을 겨냥해 개발했다. 콘텐트가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전환되면 TV 화면도 자동으로 가로로 회전해 기존 TV처럼 볼 수 있다. 국내 출고 가격은 189만원이다. 올해 세계 약 60개국에도 출시돼 호응을 얻고 있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충전식 배터리를 탑재해 콘센트에 꽂지 않아도 볼 수 있고, 가볍고 바퀴가 달려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무버블(movable) TV(가칭)’도 개발하고 출시를 준비 중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TV 산업의 핵심 전장(戰場)이 화질과 음질을 넘어 폼팩터로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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