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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화면에 원하는 만큼 접고, 앱 3개 동시 구동…폴더블폰 ‘폼팩터’ 전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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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14면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Z폴드2.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Z폴드2. [삼성전자]

지난 1일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내놓을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의 세부 사양을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생중계로 공개했다. 국내외에서 수십만 명이 시청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갤럭시Z폴드2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첫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폴드’와 이후 선보인 ‘갤럭시Z플립’의 후속작이다. 폴더블폰은 화면을 종이처럼 반으로 접었다가 펼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평소엔 휴대하기 쉬운 크기로 지니고 다니다 영상 시청 등 대(大)화면이 필요할 땐 화면을 펼쳐 태블릿처럼 활용할 수 있다.

‘갤럭시Z폴드2’ 시장 변화 이끌어 #내구성은 기본, 편의성 강화 초점 #작년 70만대 폴더블, 올해 550만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 새 활력소 #화웨이 ‘메이트X’ 스타일러스 펜 #모토로라, 6.85인치 디스플레이 #LG는 ‘듀얼 스크린’으로 승부수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기업들 간 디자인·성능 경쟁에 들썩였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폼팩터(form factor·하드웨어 형태) 경쟁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기업들의 스마트폰 언팩 행사에서 단골 소재는 탑재한 카메라의 성능 향상 정도였다”면서 “시장에서 ‘이번에도 혁신은 없었다’며 피로감을 나타낸 배경”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더는 제품을 차별화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기업들이 폼팩터 차별화를 무기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시장 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70만대에 머문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올해 550만대, 내년 108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2년엔 2740만대, 2023년엔 3680만대로 늘어 스마트폰 산업의 폼팩터 대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전체 스마트폰 시장은 약 10년간 고속 성장하면서 2016년 세계 출하량 14억7000만대로 정점을 찍고 수년간 정체된 상태다. 지난해 13억8000만대였던 출하량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까지 겹쳐 12억2000만대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기업들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기대하면서 폴더블폰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이다.

폴더블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은 열광하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나는 내구성 등 품질, 다른 하나는 대중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단순히 대화면이 필요하면 일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같이 들고 다녀도 돼서다. 230만원대(갤럭시폴드)라는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비싸지만, 과거에 없던 편리함을 제공하는’ 폼팩터로 폴더블폰이 진화한 후 시장에 안착해 장기적으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지난해 나온 폴더블폰에서는 내구성 입증에 전념했다면, 올해 선보일 신제품에서는 내구성뿐만 아니라 전작 대비 편의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는 커버 디스플레이가 6.2인치로 갤럭시폴드(4.6인치)보다 커졌다. 펼쳤을 때 메인 디스플레이는 7.6인치다. 또 전작은 아예 닫거나 180도 수평으로 펼칠 수만 있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각도에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접어 폰을 세워둘 수 있는 ‘플렉스 모드’를 갖췄다.

예컨대 60도 정도의 각도로 접은 상태를 유지한 채 영상을 볼 수 있다. 기기를 손으로 계속 들고 있지 않아도, 별도 받침대를 쓰지 않아도 현재 자세에서 편한 시야로 화면을 볼 수 있다. 펼쳤을 때는 애플리케이션(앱) 3개를 동시 구동할 수 있는데 이때 동일한 앱을 2개의 창에서 동시에 열 수도 있다. 유튜브 등으로 영상 2개를 동시에 보려는 사용자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가격은 전작과 동일한 239만8000원이다.

화웨이의 새 폴더블폰 메이트X2. [사진 화웨이]

화웨이의 새 폴더블폰 메이트X2. [사진 화웨이]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삼성전자와 각축 중인 화웨이도 폴더블폰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하반기 출시할 ‘메이트X2’는 화면을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의 전작 ‘메이트X’와 달리 삼성전자처럼 인폴딩 방식을 채택하고, 추가로 스타일러스 펜 사용을 지원하면서 편의성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직 폴더블폰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특허를 꾸준히 출원하면서 시장 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폴더블폰으로 왕년의 휴대전화 강자 지위를 되찾으려는 모토로라 역시 오는 9일 신제품 ‘모토 레이저 5G’ 공개를 예고했다. 6.85인치 디스플레이에 위·아래로 접는 클램셸(조개껍데기) 디자인을 적용한 폴더블폰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듀얼 스크린 스 마트폰 서피스 듀오. [사진 DSCC]

마이크로소프트의 듀얼 스크린 스 마트폰 서피스 듀오. [사진 DSCC]

기업들이 폴더블폰으로만 폼팩터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LG전자는 폴더블폰처럼 접을 수 있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펼쳤을 때 한 화면으로 이어서 볼 수는 없는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MS가 10일 선보일 ‘서피스 듀오’는 5.6인치 디스플레이가 힌지(hinge)로 연결돼 모두 펼쳤을 때 8.3인치로 커진다. 이 힌지는 MS가 독자 개발한 360도 회전 방식이라 화면을 안으로 접는 것은 물론, 바깥으로 완전히 펼쳐 한쪽 화면만 쓰는 것도 가능하다.

#LG전자는 이르면 이달 말 마찬가지로 듀얼 스크린의 ‘LG 윙’을 출시한다. 6.8인치 메인 디스플레이에 뒤쪽에서 가로·세로 비율이 1대 1가량인 4인치 보조 화면이 회전하면서 나타난다. 특히 이 보조 화면으로 다양한 앱 활용이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외신을 통해 유출된 제품 영상에선 사용자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내비게이션 앱을 띄웠을 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도 방해받지 않고 지도를 100% 보는 모습이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들이 앞다퉈 새로운 폼팩터 선점을 노리면서 더 다양한 폼팩터가 개발될 여지가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혁신 한계에 고전하던 분위기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컨대 LG전자는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rollable) 스마트폰의 특허를 미국에서 출원하고, 상용화를 노리고 있다. 관건은 가격을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느냐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폴더블폰의 경우 내년이나 내후년 출시될 제품은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면서 1000~1500달러대(100만원대)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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