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당명 바꾸는 야당, 과거와 제대로 결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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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래통합당이 새 당명 후보로 ‘국민의힘’을 낙점했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어제 ‘국민의힘’ ‘한국의당’ ‘위하다’ 중에서 국민의힘을 당명으로 선정해 상임전국위원회(1일)와 전국위원회(2일) 의결을 거치기로 했다. 지난 2월 새로운보수당 등과 통합해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 불과 6개월여 만이다. 어제 의총에서 일부 의원의 반발이 있었고, 최종 결정까지는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모으는 힘 세 가지를 의미한다”며 “당명에 어울리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엄숙히 약속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 ‘국민의힘’ 새 당명으로 낙점 #겉만 변해선 안 되고 미래 위해 환골탈태해야

정당이 당명을 바꾸는 것은 쇄신 또는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통합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완패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패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연패가 이어지자 야권은 지난 총선에서 조국 사태 이후 악화된 대여 민심과 야권 통합을 승부수로 띄웠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채 극우 세력과 선 긋기도 못하면서 비호감만 쌓은 결과였다. 보수 야당은 박근혜 탄핵 사태 이후 두 번이나 당명을 바꾸면서 쇄신하겠다고 했지만 국민 눈에는 어림도 없었다.

과연 이번에는 당명을 바꾼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통합당이 김종인 체제로 바뀌면서 가능성은 보여줬다. 통합당은 얼마 전 마련한 새 정강정책에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인식돼 온 기본소득을 앞세웠다. 정책 의제에는 약자와의 동행, 경제민주화도 포함됐다. 김 위원장이 광주 5·18묘역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낡은 보수 정당 색채를 지우고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란 당명도 진보·중도 진영에서 주로 사용되곤 했다. 당명에 정당의 가치와 철학이 담긴다는 측면에서 역시 당의 스펙트럼을 넓혀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보수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름만 바꾸고 겉만 변하는 게 아니라 뼛속까지 국민만 생각하는 보수로 다시 태어나야 다음 선거에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통합당 의원들은 당선 직후 ‘익숙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펼쳐 나가겠습니다’라고 다짐한 적이 있다. 지난 5월 22일 당선자 워크숍을 마치고 이 글이 쓰인 현수막을 든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글귀대로 하면 된다.

통합당이 변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다. 야당이 제 몫을 하지 못하면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무능한 야당 앞에서 폭주하는 거대 여당을 목격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야당이 제대로 과거와 결별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