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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새 당명 '국민의힘'…정청래 "과거 내 단체명, 불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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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새로운 당명 '국민의힘' 개정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새로운 당명 '국민의힘' 개정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31일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정했다. 별도 약칭은 없고, 영문명은 '피플스 파워'(People's power)가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1일 상임전국위, 2일 전국위에서 의결되면 통합당 당명은 국민의힘으로 정식 전환된다. 김수민 통합당 홍보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탈이념 정당에 대한 염원을 고려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새 당명 후보로 '국민의힘' '한국의당' '위하다' 등 3개를 보고했다. 비대위가 이들 중 '국민의힘'을 낙점한 건 지난 13~21일 진행된 당명공모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국민이 보내주신 당명 제안 1만6941건 중에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인 '국민'을 중심으로 새 당명이 탄생했다”는 게 통합당 설명이다. 비공개회의에 참석한 한 비대위원은 “회의에서 당명을 둘러싼 이견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이번 당명 개정을 통해 '탈이념' 색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중도·진보 진영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많이 썼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소위 이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이념적 측면에서 당명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수민 본부장도 오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한국 이미지를 탈피해 탈이념적인 정당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갈증과 염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통합당은 "국민의힘은 ①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②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③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당은 이날 오전 선관위에 국민의힘으로 당명 변경도 신청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누군가 선점할 경우 수정한 당명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당명 확보 차원에서 가(假)등록 한 것”이라고 전했다. 통합당은 상임전국위, 전국위 의결을 거쳐 2일 국민의힘이 새 당명으로 확정되면 당 색깔과 로고 작업에도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다만 오전 11시 열린 통합당 온라인 의원총회에서는 새 당명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김태흠 의원은 “당명은 당이 추구하는 가치·이념·비전을 담아야 하는데 ‘국민의 힘’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가치적 측면에서 오히려 현재 미래통합당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국민의당(대표 안철수)과 겹쳐서 우려된다” “과거에 같은 이름으로 활동한 단체가 있었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가급적 이견을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하니 내일(1일) 상임전국위 전에 의총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동명의 단체가 있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2003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신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했던 시민단체의 이름이 ‘국민의힘’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심히 유감이고 불쾌하다. 당신들은 이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며 반발했다. 통합당은 이와 관련 “귀담아들을 말은 아니다. 2012년에도 정당명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김수민 본부장)고 했다.

최고위 발언하는 안철수 [연합뉴스]

최고위 발언하는 안철수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이름이 비슷해 향후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당 최고위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런 논리라면 다른 모든 국민이 들어간 당도 합당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보수 정당의 당명은 1990년 민정·민주·공화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뒤 부침이 컸다. 신한국당(1995)→한나라당(1997년)→새누리당(2012년)→자유한국당(2017년)→미래통합당(2020년) 등의 순서다. 3당 합당 이후 국민의힘은 7번째 이름이다. 한나라당(15년)·새누리당(5년) 등은 비교적 장수한 당명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는 3년새 3번이나 이름이 달라졌다.

한영익 기자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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