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할머니' 시장 급증…이런 상품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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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 여유를 갖는 폐경 여성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10여년 전 겪었던 변화다. 2001년 현재 폐경 여성 수는 전체 인구의 10%선. 소득수준의 상승, 평균수명 연장으로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호르몬 수요의 폭발적 증가=폐경기 여성들이 겪는 안면 홍조.발한.감기.우울증 등을 완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성 호르몬을 공급해 주는 것.

1996년 이후 이 분야 시장은 매년 20~60% 정도 급속하게 성장해왔다. 서울 지역 폐경 여성의 20% 이상이 치료를 받을 정도로 호르몬제 이용이 대중화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리비알.프레마린.프레멜 등 40여종에 달하며 시장 규모는 연간 3백억원대. 96년 69억원대에서 네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콩 성분을 이용한 건강보조식품의 경우 여성 호르몬을 대체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태평양제약의 메노플러스 등은 아예 폐경 여성을 위한 보조식품임을 부각시켰다.

연대 세브란스병원 박기현(산부인과) 교수는 "이들 제품은 폐경 직후부터 계속 복용해야 하므로 시장성이 더욱 밝다" 고 전망했다. 폐경 여성만을 겨냥한 화장품도 등장했다. 랑콤은 올 9월 압술뤼라는 폐경 여성 전용 제품을 출시할 예정. 방문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한불화장품 아르케스킨 크림의 경우 여성호르몬 대체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해 50대 여성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여행.보험상품도 50대 공략=롯데관광에 따르면 올 3~6월 해외 관광을 가장 많이 한 그룹은 가족 동반보다 주부들끼리 어울리는 50대 여성이었다. 비성수기인 3~6월과 9~11월 여행사를 '먹여 살리는' 최대 고객인 셈이다.

롯데관광 신재필 과장은 "비성수기엔 고객의 30% 정도를 50대 여성이 차지한다" 며 "최근 들어 직접 주제를 정해 방문지까지 결정하는 일명 'DIY' 관광을 선호할 정도" 라고 말했다. 보험사들 또한 자녀들에게 노후를 의탁하지 않겠다는 50대층을 놓치지 않고 있다.

동양생명은 최근 '퍼펙트 의료보험' 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을 60세에서 70세로 올렸다. 자신의 병원비는 자신이 대겠다는 생각에서 늦게나마 건강보험이나 종신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높아진 구매력=백화점 보석.의류.잡화에 대한 50대 여성의 구매력도 주목할 만하다. 신세계백화점 마케팅팀 정병권 과장은 "전체 고객의 20%를 차지하는 50대 여성 고객이 백화점 전체 매출액의 25%를 차지한다" 며 "특히 수입 명품의 구매가 늘었다" 고 말했다. 신세계 본점의 경우 98년 50대 여성 고객 구매액의 0.8%가 수입 명품이었지만 2001년 들어서는 5.8%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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