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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까지 뛴다, 강남 집값 잡으려다 서민 죽을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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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1주 연속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24일 기준)은 0.11% 상승했다. 61주 연속 상승 행진이다. 성북구(0.16%), 마포구(0.15%)를 비롯해 강남구(0.16%), 송파구(0.16%), 서초구(0.15%) 등지가 많이 올랐다.

서울 매매·전세 가격 상승 도미노 #저가 아파트도 1년새 19.5% 올라 #서울 전셋값은 61주연속 상승 #전세 품귀에 8월 거래 71% 급감

전셋값 상승 폭은 약간 줄었지만, 전세물건은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 ‘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해 국회 상정 3일만인 지난달 31일 시행된 전·월세상한제(5%)와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이 전세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출이나 청약, 재건축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며 전세물건은 더 줄었다.

전세난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현재 서울 전세수급은 118.4로 1년 전보다 27포인트 높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시에 따르면 25일 기준 이번 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2520건이다. 이대로라면 1년 전인 지난해 8월(1만467건)의 29%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은 1년 전의 75% 수준을 유지했다.

줄어드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줄어드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줄었다.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오르는 데 그치며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주(0.02%)보다 상승폭이 0.01%포인트 줄었다.

한국감정원은 “중저가 단지의 상승세는 지속하고 있지만, 부동산 3법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거래가 감소하며 상승세가 둔화했고 일부 고가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며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의 경우 지난 18일 24억4000만원(18층)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8일 28억5000만원(25층)에 최고가로 거래된 뒤 지난달 13일 28억원(9층)에 매매됐는데, 한달여 만에 값이 3억6000만∼4억1000만원 떨어졌다.

주간 단위 아파트값 상승폭은 줄었지만 아파트값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값이 이미 많이 올랐다. 서민들의 주요 주거 수단이 불안해진 것이다. 빈대(강남 아파트값) 잡으려다 초가삼간(서민 주거) 태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하위 20%의 몸값이 상위 20%보다 더 뛰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값을 5등분 했을 때 1분위(하위 20%)의 평균가격(4억3076만원)은 2년 전보다 37.8% 올랐다. 같은 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가격(18억8160만원)은 21.5%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저가 아파트인 1분위가 19.5% 오르는 사이 고가 아파트인 5분위는 12.9% 상승했다. 예컨대 2년 전 3억1263만원에 살 수 있었던 저가 아파트를 지금 사려면 1억1813만원이 더 필요하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작은 평형의 아파트값도 많이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17일 기준)까지 전용 40㎡ 이하 아파트 매매지수는 0.4포인트 상승했다. 60~85㎡ 이하는 1.2포인트, 85~102㎡ 이하는 0.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102~135㎡ 이하는 0.2포인트, 135㎡ 초과는 1포인트 떨어졌다. 매매지수가 높을수록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아파트 몸값이 오르자 연립주택까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가격 상승의 도미노 효과다. 올해 들어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난달 말 기준) 0.54% 상승했고 전셋값은 0.44%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강남 아파트값 잡겠다고 강도를 높여가던 규제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서민이 맞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세대출 연장시 집주인 동의 필요없어=금융위원회는 27일 세입자의 전세대출 연장 시 임대인(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전세대출 과정에서 집주인이 은행 통지를 거부해 세입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지 방식을 문자·모바일 메시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현주·안효성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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