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들, 라임 펀드 투자자들에 100% 반환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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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펀드 피해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펀드 피해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고객들에게 판매한 은행·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무역금융펀드의 투자 계약을 취소하고 투자금 전액을 보상하는 내용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 권고 받아들여 #윤석헌 금감원장 경고에 고개 숙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2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의 권고안 수용을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법률검토 등을 면밀히 진행한 결과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중대한 사안이란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미래에셋대우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구상권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30일 분쟁조정위를 열고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민법이 규정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들에 투자금 전액을 반환해주라고 권고했다. 반환 대상 펀드의 판매액은 1611억원이다. 우리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투자(425억원)와 하나은행(364억원)·미래에셋대우(91억원)·신영증권(81억원)의 순이다.

당초 금감원 분쟁조정위 권고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은 지난달 27일이었다. 하지만 은행·증권사들은 금감원에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의 과실 비율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 100%를 반환해주는 게 법적으로 타당하냐는 이유에서였다. 금감원은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한 달의 시간을 더 줬다.

금감원이 100% 배상 결정한 라임 펀드 내역

금감원이 100% 배상 결정한 라임 펀드 내역

윤석헌 금감원장은 강도 높은 경고 발언으로 은행·증권사들을 압박해 왔다. 지난 25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선 "금융회사에 대한 각종 평가 때 분쟁조정위 결정 수락 등 소비자 보호 노력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분쟁조정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 보호 노력이 미흡한 것으로 간주해 금융회사의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은행·증권사들이 분쟁조정위 권고를 수락하면서 사상 첫 ‘투자금 100% 반환’이 현실화됐다. 신영증권은 분쟁조정위 권고 대상은 아니었지만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금을 돌려줄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위를 거친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임원회의 발언을 공개하면서까지 펀드 판매사들에게 분쟁조정 결과를 수락하라고 압력을 넣은 적은 처음”이라며 "감독 당국이 작정하고 불수용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판매사들도 회사 입장만 생각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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