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동선 공개 기준 제각각…"개인정보 노출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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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 방역당국이 초비상에 걸린 가운데 25일 폭염 경보속에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 방역당국이 초비상에 걸린 가운데 25일 폭염 경보속에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 서울 영등포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할 때 상호명과 주소는 공개하지 않는다. ‘17일 09:30~10:00 의원(대중교통)’, ‘14:00~16:00 카페(대중교통)’식이다. 용산구 역시 관내 88번째 환자의 동선을 ‘22일 17:27 미용실’ ‘17:52 백화점’ ‘23일 14:00 공공시설’ 등의 형태로만 알렸다.

#2. 서초구는 관내 99번째 확진자의 동선을 ‘18일 13:40 보라매병원 선별진료소’ 등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사업장인 식당, 체육시설, 약국 등의 상호와 주소도 함께 밝히고 있다. ‘18일 11:05 OO 약국(서초대로 XX-X)’ 형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지자체별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는 기준이 달라 시민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동선공개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까.

중대본 지침 있지만 강제력 없는 권고안

영등포구에서 공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진자가 다녀간 의원, 카페 등의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영등포구청 홈페이지]

영등포구에서 공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진자가 다녀간 의원, 카페 등의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영등포구청 홈페이지]

중앙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6월 30일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 3판을’ 통해 확진자 동선공개를 최소화하도록 권고했다. 사생활 침해 및 사업장의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안내문에 따르면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및 직장명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 단, 직장명은 직장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시켰을 우려가 있는 경우 공개할 수 있다.

또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 및 시간을 특정해 공개하는걸 원칙으로 하되,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됐을 때는 상호와 주소를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역학조사 결과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접촉자가 있을 경우에만 관련 정보를 알리도록 했다. 영등포구와 용산구가 구체적인 상호를 밝히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안’일 뿐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뜻이다. ‘감염병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6조, 제34조 등은 정보공개의 의무만을 명시했을 뿐, 동선공개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중대본의 안내문을 참고만 할 뿐 각자 마련한 지침에 따라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서초구에서 공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의 상호와 주소를 모두 공개했다. [서초구청 홈페이지]

서초구에서 공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의 상호와 주소를 모두 공개했다. [서초구청 홈페이지]

시민들 불안…“동선 추가 공개해달라”

용산구에서 공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진자가 다녀간 편의점, 미용실, 백화점 등의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용산구청 홈페이지]

용산구에서 공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진자가 다녀간 편의점, 미용실, 백화점 등의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용산구청 홈페이지]

일부 시민들은 중대본 지침에 따른 동선공개에 불만을 토로한다. 임신 27주차인 김모(31)씨는 “임산부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치료를 할 수가 없어 매우 불안하다”며 “지난 2월만 해도 대부분 사람이 감염되는 것보다 동선공개가 더 무섭다며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지만, 요즘엔 동선공개를 간단히 하다 보니 기강이 해이해진 것 같다. 동선을 모두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어린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세종시 코로나 확진자 동선 공개를 개선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세종시에서는 동선공개를 할 때 구체적인 상호와 주소를 밝히지 않고 있다.

“동선공개 최소화, 방역엔 문제없어”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동선공개를 최소화해도 방역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와 같은 장소에 머물렀어도 마스크 착용 여부, 신체 접촉 여부 등에 따라 감염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무조건 바이러스가 전파가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으로 상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국민도 이해는 가지만, 누구나 확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개인정보 노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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