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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에 응급실 비상…"환자 25명 몰렸는데 의사 3명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릴레이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26일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릴레이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의사는 파업이라고 교수님이 직접 실밥을 뽑아줬어요.”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서울대병원에서 혈관이식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신희철(70) 씨의 말이다. 26일 대한의사협회가 사흘간 진행하는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 이 시작됐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는 전체 의사(1583명)중 절반가량인 전공의(505명)와 전임의(327명)가 파업에 참여했다.

서울대병원의 환자들은 우려했던 의료 대란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도했다. 신 씨는 "평소 서너명이 회진을 돌았지만 오늘은 교수 한 명이 왔다. 교수가 이전처럼 잘 진료해 큰 불편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래병동에서도 진료 접수 대기 시간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경북 경산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A씨(58)는 “응급실에 환자가 25명인데, 교수·인턴 등은 3명뿐”이라며 “응급실인 만큼 빨리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업에 대비해 수술·외래 일정을 미리 조정했다”고 밝혔다.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 비대위 측도 “환자 불편은 우리도 원치 않는다”며 “미리 정해둔 동선에서만 1인 시위를 하고, 진료가 몰리는 과는 대체근무·순환근무를 통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정부에 투쟁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진료 일정이 1~2주 정도 미뤘고,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성빈센트병원도 과별로 수술·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수술실·중환자실·응급실은 필수 의료 인력을 지정해서 응급수술을 진행하고, 진료과별로 미룰 수 있는 수술을 선별해서 수술 일정을 조정했다.

26일 오전 서울대병원 소속 전임의들이 병원 방문자들에게 '의사파업'에 대해 적힌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김지아 기자

26일 오전 서울대병원 소속 전임의들이 병원 방문자들에게 '의사파업'에 대해 적힌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김지아 기자

복지부, 동네 병원 휴진율 6.4% 수준 

대학병원에 비해 동네병원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서울 목동 홍익병원을 찾았더니 본관·신관·목동관·안심진료소가 모두 정상 진료 중이었다. 이날 오전 9시경 본관과 신관의 대기자도 각각 4~5명 수준으로 평소와 차이가 없었다. 홍익병원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한 의사는 없다”며 “대기자 수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의 한 상가에 들어있는 8개 병·의원도 정상 진료했다. 인근의 목동사거리  P빌딩과 E빌딩에 입점한 6개의 의원 역시 모두 정상적으로 진료를 봤다.

동네 일부 병·의원들은 휴업에 동참했지만 의협이 선언한 사흘 파업 대신 하루만 휴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목동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B씨는 “오늘 선약을 잡아둔 환자가 있어서 휴업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내일 오전 진료는 휴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평택시(7.8%)·수원시(2.6%)·화성시(4.5%) 등 동네 병원 휴진율도 한 자릿수로 집계됐다. 성남 분당구 미금역 일대 병·의원 25개 중 이날 오전 문을 열지 않은 곳은 2개(신경과‧피부과)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의원급 의료기관(3만2787개) 중 26일 휴진 의사를 밝힌 곳은 6.4%(2097개) 정도다.

26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의원 앞에 의사파업 관련 포스터와 26~28일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채혜선 기자

26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의원 앞에 의사파업 관련 포스터와 26~28일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채혜선 기자

동네병원, "문은 열었지만 파업 취지에 동감" 

동네 병원의 휴진율은 낮았지만 문을 연 개업의들도 파업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목동에서 P외과를 운영하는 개업의 D씨는 “하계휴가로 지난주에 5일간 병원 문을 닫아 이번 주는 부득이 문을 연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국민 1인당 평균 의사 면담 횟수는 14.9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일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높다”며 “지방 의사 부족은 의료진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의료진 분배가 비효율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희철·김지아·채혜선·최모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의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한 의사를 일반의라고 한다. 일반의는 통상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임의가 된다. 전공의는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하고 수련의 과정을 거친 레지던트다. 전공의 과정을 거쳐 특정 과에서 세부 수련을 받는 의사가 전임의다. 병원에서 통상 수련의는 인턴(intern), 전공의는 레지던트(resident), 전임의는 펠로우(fellow)라고 부른다. 전임의는 임상강사 과정을 거쳐 의과대학에 임용될 경우 교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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