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가 실패했다는 야당의 지적에 “아직 수사도 안했다”고 25일 반박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 장관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음성파일에 대해선 “검사장 변호인이 제출한 것”이라며 “(음성 파일은) 한쪽 당사자의 주장일 뿐이다”라고 했다. 이동재 채널A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첫 재판은 내일(26일) 오전에 열린다.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예결위에서 “추 장관이 지난 4개월 동안 검언유착이라고 수사 지휘까지 했는데, 공소장에 공모 관계조차 적시되지 않았다”며 “수사 실패”라고 했다. 이어 유 의원이 음성 녹취파일의 일부 대목을 공개하자 추 장관이 발끈했다.
유상범 의원 “파일에 없는 내용이 공소장에 임의 추가 됐습니다. 파일엔 없는 한 검사장의 발언이 들어가고, 대화 순서도 뒤죽박죽입니다”
추미애 장관 “저 파일은 검사장 변호인 측에서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한쪽 당사자의 주장인 것이고요”
유상범 “음성 파일이 잘못이라는, (음성파일이) 당사자 주장이라는 말이에요?”
추미애 “그게 진본인지 아닌지 법정에서 원본과 대조해야죠. 당사자 일방이 제출한 것을 신빙하기 어려운 것이죠”
유 의원은 “관련 수사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고 추 장관을 거듭 압박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아직 수사도 안했다”며 “제가 (실패 여부를) 예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불을 놨다.
유상범 “수사심의위원회도 불기소 권고를 하고, 녹취록에도 공모를 입증할 근거가 없습니다”
추미애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것이죠!”
유상범 “수사심의위도 그렇고, 수사 검사의 독직 폭행도 벌어졌습니다. 검언유착 수사가 실패했다는 것 인정합니까”
추미애 “이 자리에서 말 드릴 수 없죠. 아직 수사도 안했으니까. 독직폭행도 검사장 주장이고 조사해야할 문제죠”
유 의원이 ‘수사 실패’를 계속 언급하자 추 장관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언성을 높였다. 추 장관은 유 의원의 질문을 잇따라 끊은 뒤 본인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정성호 예결위원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장관님 일단 질문을 좀 들으시고요. 그리고 나서 답변하셔도…”라고 중재했다.
유상범 “검언유착 수사, 계속 할 겁니까?”
추미애 “수사기관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죠”
유상범 “본인이 직접 지휘ㆍ감독하겠다고 밝힌 사안 아닌가요?”
추미애 “제가 수사 개입을 하겠다는 지시가 아니라, (한 검사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이니, 총장이 손 떼겠다고 한 것 지키라는 것이죠”
질의 막바지 유 의원은 추 장관에게 “그동안 추 장관이 검언유착이라고 했는데, (공소장에) 공모관계조차 적시되지 않았다”며 “이정도면 수사가 잘못된 걸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수사가 안 된 것”이라며 “사실 집요한 법 기술도 있었다. (대검찰청이 추진했다가 중단된) 수사자문단이라든지 검사장 회의라든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느냐”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