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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프, 병마·불운 딛고 ‘메이저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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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는 포포프. 2부 투어 선수인 그는 운 좋게 출전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사진 R&A]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는 포포프. 2부 투어 선수인 그는 운 좋게 출전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사진 R&A]

조피아 포포프(28·독일)는 지난해 12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Q시리즈에서 1타 차로 떨어진 뒤 ‘골프를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AIG 여자오픈 우승 세계 304위 #2015년 데뷔한 뒤 라임병 투병 #1부대회서 친구 캐디백 메기도

포포프는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한국의 김세영, 김효주, 장하나 등과 입회 동기다. 그해 리더보드 상단에서 포포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몸이 아팠다. 견딜 수 없이 피곤했고, 체중도 12㎏이나 빠졌다. 문제는 병명을 모르는 것이었다. 출전권을 잃었다. 3년간 수십 명의 의사를 만나고서야 라임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다.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며 발열, 두통, 피로감이 생긴다. 포포프는 완치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병을 통제하고 있다.

포포프는 2018년 LPGA 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받았다가 바로 잃었다. 지난해 Q시리즈에서 다시 낙방한 뒤 골프를 떠나려고 했지만, 어머니 권유로 2부 투어에서 한 번만 더 도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탓에 투어가 중단됐다. 대회가 없는 건 참고 버틸 만한데, LPGA 투어가 올해 시드를 내년까지 유지키로 한 건 그에게 타격이었다. 올해 시드 선수가 내년까지 출전권을 유지한다는 건 내년에도 그는 1부 투어에 갈 수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포포프에게는 눈물의 2020년이었다. 그랬던 그가 눈물을 닦고 활짝 웃었다. 그는 24일(한국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트룬의 로열 트룬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는 최종일 3언더파를 쳐 합계 7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 재스민 수완나뿌라(태국)와 2타 차. 우승상금은 67만 5000 달러(약 8억원)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나섰다. 포포프는 코로나19로 셧다운 된 올 상반기 애리조나주의 미니투어인 캑터스 투어에 나가 세 차례 우승했다. 미니투어라 대단한 건 아니지만,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이라 의미가 컸다. 어머니와 눈물의 샴페인을 터뜨렸다.

지난달 말 LPGA 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친구인 아너 판 담(네덜란드)의 골프백을 멨다. 전염병 확산을 우려한 LPGA 투어 측이 로컬 캐디를 쓰지 못하게 하자 포포프가 친구의 캐디를 맡았다. 포포프는 “캐디를 하면서 항상 긍정적인 친구 태도를 보고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다음 대회인 마라톤 클래식에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선수들이 많이 불참했다. 2부 투어 선수인 포포프에게 기회가 왔다. 캐디 없이 9위에 올랐고, AIG 여자오픈 출전 자격을 얻었다. 포포프는 이번 대회 마지막 홀에서 우승 퍼트를 앞두고 눈물을 쏟았다.

포포프는 여자골프 세계 304위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최저 순위자로 꼽힌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은 급상승 하게 됐다. 친구에게 용기를 준 아너 판 담은 10오버파 공동 45위다. 박인비가 1언더파 4위, 전인지가 2오버파 공동 7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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