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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보당국 "우한시, 中정부에 코로나 정보 숨겨 사태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 우한시 관리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중국 중앙정부에 알리지 않고 숨겼다고 미국 정보당국이 판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중국 정부 역시 이후 바이러스 정보를 제때 국제사회와 공유하지 않는 등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결론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CIA 등 미 정보당국이 작성해 지난 6월 회람한 내부보고서 내용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앙정부도 국제사회와 정보 공유 안해" #'1차 책임' 지방정부 지목…타협 여지는 남겨

보도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지난 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현지 관료들이 피해 확산 가능성을 몇 주간 중앙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앙 정부로부터 문책받는 게 두려워 의도적으로 사건 정보를 감추거나 축소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된 증거들도 함께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 전·현직 관리들은 NYT에 "중국에서 지방 관리들이 중앙정부에 정보를 은폐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최초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코로나19 발병 초기 화난수산시장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뒤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코로나19 최초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 코로나19 발병 초기 화난수산시장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뒤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결국 코로나19 사태의 진전 과정이 과거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때 지방 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숨기려다 뒤늦게 중앙정부에 알려 화를 키운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중국 지방 관리들과 함께 중앙정부의 책임도 적시했다.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에 관련 정보를 알리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또 바이러스 발병 사례를 숨기고, 2월부터는 바이러스의 발원지에 관한 거짓 정보를 퍼트리려 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고 NY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NYT에 "이 보고서가 중국 중앙정부의 과실을 덮으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10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우한 훠선산 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10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우한 훠선산 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반면 일각에서는 보고서가 중국 중앙정부를 '1차 책임자'로 지목하진 않은 만큼 두 나라가 코로나19 책임론으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할 여지도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와 관련해 트럼프 캠프에서 고문을 지낸 중국 전문가 마이클 필즈베리는 NYT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 관리가 코로나19 확산의 중대 책임자가 아니라면, 미국의 내부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한 상황에서 미국 무역·제조업 관련 관리들은 여전히 협상 재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주요 책임을 우한으로 보느냐, 베이징으로 보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차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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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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