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탈북한 동거녀 살해 남성 징역 1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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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북한을 함께 탈출해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목숨을 걸고 북한을 함께 탈출해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목숨을 걸고 북한을 함께 탈출해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1심에서도 15년을 선고 받았는데 “처벌이 너무 무겁다. 만취의 심신 미약 상태였다”며 항소했었다. 수원고법 형사 3부(엄상필 부장판사)는 살인혐의로 기소된 A(40)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숨진여성, 꿈꾸던 삶 살아보지도 못해

법원·경찰에 따르면 A는 숨진 피해자 B씨(36)와 북한에서 동거하던 사이였다. 생활이 힘들었던 두 사람은 남한으로 탈출하기로 했다. 우여곡절끝에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탈북민 교육을 마친 후 올해 1월부터 경기도 화성에서 다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꿈에 그렸던 남한생활이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나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게 만만치 않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사이였지만 두 사람은 사이의 갈등은 깊어졌고 다툼도 잦아졌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도 갔는데 19만원 가량의 비용을 A가 낸 문제로 집에 돌아와 다투기 시작했다. B씨는 돈도 없으면서 왜 술값 등을 내느냐고 A에게 잔소리를 했다. A는 폭력을 행사했고 B씨는 들고 있던 과도를 휘둘렀다. 과도는 A의 목에 상처를 냈다. A는 격분해 B씨에게 흉기를 휘둘었다. B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A는 아무런 응급조치도 하지 않고 잠을 잤다. B씨는 과다출혈로 숨졌다. 다음날 잠에서 깬 A는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현장을 청소하는 등 범행 은폐에 나섰다. 하지만 지인의 신고로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1심 재판부는 A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는 만취의 심신미약 상태였고 처벌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법원도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피고인이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려운 탈북과정을 거쳐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막 시작하게 된 피해자는 꿈꾸던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됐다.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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