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복용 백혈병 말기환자 재발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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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골수성백혈병(CML)의 획기적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글리벡이 말기단계에 접어든 환자에게는 처음엔 차도가 있다가 차츰 내성이 생기면서 증세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글리벡의 최초 임상실험에 관여했던 백혈병 전문의 3명중 한사람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존슨 암센터의 찰스 소여스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CML의 말기단계인 '아세포발증(芽細胞發症)'에 이른환자 11명에게 글리벡을 투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으며 재발의 원인은 유전자 변이와 주요 효소의 과잉생산인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말했다.

조혈세포가 무한증식하는 골수암인 CML 약5년간의 만성단계를 거쳐 '아세포발증'의 말기단계로 들어가며 말기환자는 대개 2-6개월안에 사망한다.

소여스 박사는 그러나 글리벡은 놀라운 효과를 지닌 치료제로 이 때문에 그 가치가 전혀 손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현재 수천명의 CML환자에게 글리벡이 투여되고 있지만 아직 만성단계에 머물고 있는 환자들에게서는 장기적인 효과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내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의 노바티스 제약회사가 개발해 지난 5월10일 미국식품의약청(FDA)이 CML치료제로 승인한 글리벡은 암세포의 증식을 유발하는 BCR-ABL이라는 비정상 유전자가 생산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소여스 박사는 글리벡이 투여된 말기환자들은 처음에는 효과를 보이다가 증세가 재발했다고 밝히고 이중 3명은 BCR-ABL유전자가 과잉반응을 나타내면서 문제의 유해효소를 글리벡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잉생산했기 때문으로 판명되었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글리벡과의 경쟁에서 암세포가 승리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소여스 박사는 또다른 6명은 변이유전자가 효소의 활성부위에 있는 아미노산 하나를 대체하면서 글리벡의 효소억제 작용을 방해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나머지 2명은DNA가 충분치 않아 해답을 얻지못했다고 말했다.

소여스 박사는 그러나 말기환자의 증세를 재발시킨 장본인이 규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다른 요인이 아닌 BCR-ABL 유전자의 교묘한 활동으로 판명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BCR-ABL의 이러한 교묘한 활동을 차단하는 또다른 약을 개발해 이를 글리벡과 병행투여하면 내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뉴욕=연합뉴스) 엄남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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