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중환자 급증 비상...'노인 시설' 집중 타격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18일 918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중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NHK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증 환자가 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18일 16명으로, 3일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오사카 중환자 70명으로 한달 새 17배 #노인시설 12곳에서 잇단 집단감염 발생 #'깜깜이 감염' 늘면서 치료 시기 놓쳐

17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17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오사카(大阪)부에서 이달 들어 중증 환자가 급증했다. 18일 오사카의 신규 확진자는 185명으로 도쿄(207명)에 비해 적지만, 오사카의 중환자 수는 70명으로 도쿄(31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한 달 전인 7월 18일 중환자 수 4명에서 이달 17일에는 70명으로 한 달 만에 17배 이상 늘어난 것. 17일에는 70~90대 고령자 5명이 사망했다. 오사카부는 중증 환자의 기준으로 인공호흡기나 인공심폐장치 에크모(ECMO)를 장착한 경우, ICU(집중치료실)에서 치료하는 환자 등을 들고 있다.

중환자 급증의 원인은 고령환자의 증가다. 오사카에서는 7월 말부터 노인시설 12곳에서 잇달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관련 감염자 수는 현재까지 159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감염자 중 60대 이상 비율이 지난달 9%에서 이번 달에는 20%로 늘어났다. 최근 일주일간 발생한 중환자 43명의 연령대도 60대가 20%, 70대가 40%, 80대가 30%로, 60대 이상이 90%를 차지했다.

또 다른 이유는 환자를 뒤늦게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늘면서 초기 진단 및 치료를 놓치고, 확진 판정을 받는 즉시 중증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포비돈요오드가 들어간 가글액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TBS 캡쳐]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포비돈요오드가 들어간 가글액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TBS 캡쳐]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는 18일 회견에서 "오사카의 경우 도쿄에 비해 노인 세대가 젊은 세대와 같은 집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감염 위험이 높다"면서 "특히 노인 세대는 초기에 악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 빠른 검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도쿄의 경우 오사카와는 달리 인공호흡기나 에크모를 달지 않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를 중증 환자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중환자 수는 현재 31명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감염자의 중증화 여부를 예측하는 연구도 시작됐다고 TV아사히가 전했다. 일본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 연구팀은 코로나19 경증 환자 41명의 소변을 채취해 체내 산소가 적어지면 소변에 다량으로 배출되어 나오는 'L-FABP'라는 단백질의 양과 증상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의 양이 정상보다 많았던 13명 가운데 8명이 1주 후 증상이 악화했고, 이 중 2명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중증화했다. 반면 단백질의 양이 정상이던 28명 중 1명은 증상이 악화했지만 중증화한 환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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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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