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박카스등 한국사업 '필수품' 꼽혀

중앙일보

입력

'소주 한병과 소주잔 2개, 박카스 한 박스, 한국 가수의 노래모음 CD 2장과 마이크, 명함 3통, 명함철, 사무실 출입용 전자 카드' .

한 외국 기업인이 한국에서 사업하는 데 필수품으로 꼽은 여섯 가지다.

6년간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독일 본사로 돌아가는 화장품 업체 니베아의 랄프 구스코(40)지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평창동 집에서 후임자인 파트릭 라스키네에게 이들 '필수품' 을 인계했다.

구스코는 "소주를 함께 마신 후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직원이나 거래처 사람들과 관계를 다지고 나서는 쓰린 속을 박카스로 달랬다" 며 "한국에서의 비즈니스에는 계약서보다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인간관계가 글로벌 규정이나 법보다 앞서는 일이 많아 당황했지만 때론 유용했다" 고 덧붙였다.

구스코는 또 처음 부임했을 때 명함이 없어 난감했던 경험담도 들려주며 명함과 명함철을 건네줬다. 경험과 능력보다 위계질서를 따지는 풍토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충고했다. 그는 이런 한국의 문화에 적응해 연평균 50% 정도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구스코는 얼굴 사진이 부착된 전자 카드키를 건넨 뒤 "이런 제품을 만드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며 "한국이 유럽보다 앞선 분야가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고 했다.

라스키네 신임 지사장은 "소주를 마시기 힘들지만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 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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