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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비서실장’ 거론 양정철, 노영민 사표전 양산 다녀왔다

중앙일보

입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뉴스1]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뉴스1]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이달 초 경남 양산에 다녀왔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퇴임 후 머물 사저 부지를 매입한 곳이다. 지난 7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표를 낸 뒤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양 전 원장이 차기 비서실장 1순위로 거론되기도 했다. 노 실장 사표가 일단 반려됐지만 9월 교체설, 연말 교체설 등 여진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럴 일은 없다. 문 대통령 퇴임 후 나도 양산에 함께 내려가고 싶다.” 양 전 원장 본인은 주변에 ‘청와대 비서실장 절대 불가’ 뜻을 피력한다고 한다. 하지만 4·15 총선 직후 야인 복귀를 선언할 때도 그의 주변에서는 “문재인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그는 민주연구원장직을 내려놓으며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했다. 저녁에 해가 저물듯, 권력이 저무는 임기 말까지 대로(大路)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4.15 총선 선거운동 당시 지원유세에 나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뉴스1]

4.15 총선 선거운동 당시 지원유세에 나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뉴스1]


본인이 자꾸 숨는데 ‘청와대 기용설’이 끊이지 않는 배경은 양 전 원장이 막후에서 세심한 조율능력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청와대 집단사표에 따른 수석 인선 과정에서 양 전 원장은 외곽에서 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하며 후보군을 추렸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최재성 정무수석 발탁 과정에 양 전 원장이 적잖이 의견을 낸 거로 안다”며 “(양 전 원장이)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앉혔던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을 국민소통수석에 우선 검토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최재성-양정철 간 신뢰는 이번 총선을 거치며 더욱 두터워졌다는 게 주변 전언이다. 총선 인재영입과 전략수립 과정서 ‘투톱’으로 손발을 맞춘 결과 180석 대승을 거뒀고, 동지 의식도 공고해졌다는 해석이다. 양 전 원장은 총선 직후 입장문에서 당시 지도부 3인(이해찬 당대표·이인영 원내대표·윤호중 사무총장) 외에 최재성·이근형 두 사람을 콕 찍어 “함께 일했던 것을 영광으로 추억하겠다”고 했다. 최 수석이 서울 송파을에서 낙선한 뒤 이들이 야인 신분으로 함께 다녔다고 한다.

최근 하락 국면을 맞은 여권 지지율은 양 전 원장 기용설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친문 핵심 인사는 “지금 청와대는 정무, 인사, 홍보, 기획, 정책조정 기능 전반이 막힌 상태”라며 “올 초 ‘남은 건 윤건영의 국정상황실 일일 보고뿐’이란 말이 돌았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다. 상황이 자꾸 양비(양정철) 비서실장 쪽으로 흘러간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양 전 원장이 “총선을 통해 당에 와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정권 초 막후실세 이미지도 희석된 것 아닌가”(핵심 관계자)란 평가가 나온다.

양정철 전 원장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당선을 도운 '킹메이커'로 평가받는다. 왼쪽부터 양정철, 조국 전 법무부장관, 문재인 대통령. [사진 양정철 본인 제공. 중앙포토]

양정철 전 원장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당선을 도운 '킹메이커'로 평가받는다. 왼쪽부터 양정철, 조국 전 법무부장관, 문재인 대통령. [사진 양정철 본인 제공. 중앙포토]

양 전 원장의 잠행은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17년 대선 직후에도 “(대통령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형이 사는 뉴질랜드로 떠났다가 2년 2개월 만에 돌아왔다. 정치권에는 "정치 안 하는 것도 정치"라는 말이 있다. 권력 심장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사람일수록 은둔과 잠행이 곧 정치적 메시지라는 뜻이다. 한 여권 인사는 “최측근 기용은 늘 조심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막판에 대통령이 직접 부르면 마다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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