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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높이는 김원웅 "이승만 美에 빌붙어, 백선엽 사형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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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이 기름을 부은 국립현충원 ‘파묘(破墓)’ 논란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17일 각기 다른 견해를 내놨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국립현충원에는 친일 군인을 비롯한 반민족 인사 69명이 안장돼 있다”며 친일 전력이 있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파묘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왼쪽부터), 이낙연, 김부겸 후보가 지난 7일 kbc광주방송에서 열린 광주·전남 권역 방송토론회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왼쪽부터), 이낙연, 김부겸 후보가 지난 7일 kbc광주방송에서 열린 광주·전남 권역 방송토론회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낙연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파묘론과 관련,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국민의 다수는 현저한 친일파는 이장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단지 그 대상이 누구냐 하는 것은 약간 들쭉날쭉하다. 대상의 선정이나 접근방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부겸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문제(파묘론)는 워낙 많은 논란이 있다. 아직은 논의하기에 이른 것 같다”며 직접적인 견해 표명은 피했다. 김 후보는 “이 문제가 김원웅 회장 때문에 확대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의 책무는 시급한 국민 신뢰 회복이나 코로나19로 빚어진 경제회복, 당면한 코로나19 재확산 예방에 역량을 총결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후보 측은 “파묘까지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박주민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친일 표시를 하는 것까진 찬성인데, 이장은 신중해야 한다”며 “광복회의 공식 입장은 친일 행적을 표시하거나, 표시를 반대할 경우 이장한다는 것으로 안다. 우리 입장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부른 김 회장의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애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 등의 기념사 내용에 대해서도 각 후보의 의견이 다소 달랐다.

이 후보는 “개개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광복회장으로서는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을 차분하게 따져보지 않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또 웬일인가,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광복절을 계기로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표현에 있어선 국민통합 관점을 더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앞서 박주민 후보는 지난 15일 김 회장을 만나 “광복절 축사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 회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야당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내놨다. 그는 “저한테 욕하고 하는 것 보면 스스로 친일비호세력이라는 것을 커밍아웃 인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제 앞잡이였던 사람을 비호하는 사람은 광복절 행사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 광복절 경축식에서 현장 반박 연설을 한 원희룡 제주지사엔 “그분 참석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그는 파묘의 방법과 관련해선 “가족에게 선택하도록 하고 싶다. 이장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안 할 경우에 그 묘지 앞에 친일행적비를 세우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이날 이승만 전 대통령,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혹평을 보탰다. 독립운동가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독립운동이 과장된 면이 많다. 해방 이후에는 미국에 빌붙어 미국 국가이익을 챙겼다”며 이완용과 견줬다. 백 장군에 대해선 “6·25 전쟁이 난 날과 다음 날 백 장군이 이끌던 육군 1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1사단 참모·장교들이 다음 날 한강을 넘어 도망갔는데, 그것만 갖고도 사형감”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서 그의 군사독재 시절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 당료 이력을 문제 삼은 것과 관련해선 ‘생계형’이었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공개채용 시험을 거쳐 공화당 사무처 직원으로 들어갔고, 전두환 집권 후 그대로 민정당이 됐다.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젊은 시절 가정을 꾸려나갔다”면서다.

21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지난 4월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역 인근에서 주민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지난 4월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역 인근에서 주민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대 총선 이후 친일파 파묘 논란을 이슈화 한 건 지역구 내 국립현충원이 있는 이수진(서울 동작을·초선) 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국립현충원을 찾아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친일파 묘를 파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해 당시 당 안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유교적 정서가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파묘는 극단적인 수단”이라며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현직 광복회장의 공개 주장으로 여당 당권 주자들까지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 놓이면서 당내엔 “코로나19 위기 상황인데 파묘 타령하는 건 국민 입장에선 노이즈”(비수도권 재선 의원)라는 회의론과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얘기한다면, 사회통합을 얘기할 게 아니라 확실히 (파묘)할 필요가 있다”(김남국 의원)는 강경론이 혼재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현충원 내 친일파 묘에 친일행적을 표시하거나, 이장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5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권칠승·김홍걸·전용기 민주당 의원들이 이장을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의 같은 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상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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