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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인

중앙일보

입력

옆 사진의 여성은 아름답고 매력적인가. 그러나 이 얼굴은 실재 인물이 아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2명이 무작위로 선정한 여성 32명의 얼굴사진을 컴퓨터로 합성한 것. 눈.코.입.귀 등의 위치와 크기를 모두 평균치로 그려냈다.

학자들은 이 얼굴로 실험을 했다. 남자들에게 여자사진 33장을 주고 호감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게 한 것.

결과는? 위의 사진이 호감도에서 실물 32명의 사진을 제치고 단연 1위로 뽑혔다. 가장 평균적인 얼굴이 남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얼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자얼굴의 경우는 어떨까? 마찬가지다. 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도 여러 남자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었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을 평균할수록 남자건 여자건 더욱 매력적인 얼굴이 된다.

1990년 독일의 '심리과학' 지에 실린 논문 '매력적인 얼굴은 평균적일 뿐이다' 의 결론이다. (『상식의 오류사전』.경당)

한국의 미인은 어떤 여자일까.

조선시대엔 키도 젖가슴도 작으며 허리는 잘록하고 목이 길어야 미인이었다. 미인도나 미인론을 보면 얼굴은 달걀형으로 갸름하고 이마는 넓고 눈.코가 대체로 작으며 눈썹은 초승달 모양으로 나온다.

요즘은 어떤가. 오뚝하고 날카로운 콧날, 쌍꺼풀 진 커다란 눈, 갸름한 턱, 조금 두터운 입술이라야 한다. 근데 이게 한국사람 얼굴인가, 서양 여자 모델 얼굴이지.

몸매는 더욱 심하다. 1백75㎝.48㎏.35-24-35인치라야 미인이란다. 시쳇말로 쭉쭉빵빵이라나.

다리가 길고 몸은 깡말랐고 가슴만 이따만한 여자가 한국사람 맞을까? 탤런트나 모델 안하면 될거 아니냐고? 보통 여자도 온갖 난리를 치고 있다.

굽이 10㎝ 넘는 신발을 신고 가슴에는 실리콘 주머니를 넣는 수술을 하고 지방흡입술에다 별의별 다이어트를 다 해본다. 그래야 취직이 잘 되고 시집도 잘 가는 세상이 됐다.

패션산업과 광고산업, 대중매체가 합작해서 서양 대중문화의 싸구려 가치관을 한국인에게 쏟아붓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다시 평균적인 얼굴 얘기로 돌아가보자. 우리도 얼굴사진을 합성해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한국인의 평균 얼굴은 한국의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미 우리 눈에는 위에 실린 서양 여자 얼굴만이 미인으로 보이는 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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