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금연의 날] 간접흡연 노출 심각

중앙일보

입력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이라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어떤 피해를 볼까.

우선 직장 사무실.

영남대 환경공학과 백성옥 교수가 최근 대구.대전 등 1백28곳의 사무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흡연사무실의 평균 호흡가능성 먼지(RSP)는 ㎥당 73.2㎍으로 비흡연 사무실의 56㎍보다 1.5배나 많았다.

RSP는 니코틴 등과 함께 간접흡연의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지표. 실내기준치는 1㎥당 1백50㎍ 이하(24시간 평균치)다.

RSP량이 높은 공기를 장기간 들이 마시면 미세한 먼지속에 포함된 유해물질들이 기관지.폐까지 이르러 기관지염.천식.폐기종.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교수팀의 조사 결과 전체 흡연사무실의 13%는 RSP 농도가 국내 대기환경기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흡연 사무실은 3.9%가 기준을 초과했다. 사무실은 그런대로 낫다.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PC방의 간접흡연 피해는 더욱 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남원 교수팀이 지난해 수도권 등의 PC방 36곳을 조사한 결과 이중 19곳이 실내 RSP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곳의 평균 RSP양은 1㎥당 1백82㎍으로 나타나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

연구 관계자는 "PC방의 실내공기는 밀폐된 흡연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며 "그곳에 있으면 담배를 안피워도 담배를 피우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공기를 마시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음식점의 공기도 담배로 오염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문호교수팀이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조사한 음식점의 평균 RSP양은 1㎥당 1백78㎍으로 역시 실내 기준치를 넘었다.

공주대 환경교육과 신호상 교수는 "담배연기에는 발암물질이 많고 쉽게 퍼질 수 있는 데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직장.공공장소.가정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간접흡연 문제는 심각하다" 고 말했다.

특히 신교수는 가정에서의 간접흡연 노출이 더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가정은 사무실이나 작업장보다도 더 폐쇄적이고 공기순환도 적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환경중 담배연기(ETS)를 비소.석면.벤젠등과 함께 A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한림대 이용수 객원교수는 "흡연자의 배우자는 비흡연자의 배우자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배우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 대비)이 30%, 심장병 발생률이 40% 높고 흡연가정의 자녀들이 천식.중이염.감기 등에 걸릴 가능성은 6배에 달한다는 외국 연구결과가 있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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