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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부장도 억대 넣었다···밀레니얼 환호하는 ‘음악 재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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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투자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박지민(19)씨는 올 초 ‘음악 재테크’를 시작했다. 음악 재테크는 원작자(작곡가·작사가·가수)가 판매한 저작권 일부를 개인이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대체투자상품이다. 박 씨는 현재까지 소찬휘의 ‘티어스’, 플라워의 ‘엔드리스’ 등의 노래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수익률은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9%. 박 씨는 “부동산·주식보다 접근이 쉽고 매달 저작권료가 들어온다는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사진 뮤직카우]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사진 뮤직카우]

좋아하는 노래에 투자

좋아하는 노래를 주식처럼 사고파는 음악 재테크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종의 ‘펀테크(Fun+재테크)’다. 뮤직카우는 2017년 음악 저작권 거래를 시작한 국내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곡은 현재 550여곡이다. 쿨·변진섭 등 90년대 가수부터 트와이스·워너원 등 K팝 아이돌 노래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12월 5만명에 불과했던 이용자는 어느새 11만5000여명이 됐다. 지난해 거래량은 전년 대비 540% 증가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사진 뮤직카우]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사진 뮤직카우]

입찰 경쟁하고 유저마켓서 차익 노려

뮤직카우의 거래 형태는 두 가지다. 경매(옥션)와 이용자 간 거래(유저마켓)다. 경매로 낙찰받은 곡 저작권을 유저마켓에 되팔 수 있는 구조다. 뮤직카우는 원작자에게 양도받은 저작권 일부를 한 주 단위로 쪼개 경매에 부치는 ‘거래소’ 역할을 한다. 7일간의 입찰 경쟁 끝에 최종 낙찰받은 이용자는 보유 지분만큼 매달 저작권료를 받게 된다. 저작권은 원작자 사후 70년까지 존속한다.

혼성그룹 쿨의 인기곡 ‘아로하’는 지난 4월 시작가 2만8000원에 1800주가 경매에 나왔다. 한주당 낙찰가는 최저 3만2000원, 최고 15만원이었다. 두 금액 사이를 불렀다면 낙찰 성공이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아로하’ 10주를 산 이용자의 지난달 저작권료는 2930원이다. 회사는 곡당 5개년 월별 저작권료, 방송·공연 등 저작권 발생 항목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입찰과정 [사진 뮤직카우 캡처]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입찰과정 [사진 뮤직카우 캡처]

경매가 끝나면 이용자끼리 저작권을 사고팔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음악 재테크를 시작한 A투자증권 최모(40) 부장은 누적 1억2000만원가량을 거래한 ‘헤비 유저’다. 그는 “처음엔 트와이스·임창정 등 누구나 아는 ‘우량주’에 투자했는데, 최근 팬덤의 화력을 깨달았다”며 “유명세보단 팬덤이 큰 가수의 곡을 되팔아 40% 수익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뮤직카우 이용자의 연평균 저작권료 수익률과 유저마켓 수익률은 각각 9%, 18.4%다.

최 부장이 매달 받는 저작권료는 3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다양하다. 방송과 노래방, 공연 등에서 재생된 횟수가 일정치 않아서다. 옛날 노래라도 리메이크되는 ‘호재’가 생기거나, 1년에 두 세 번 들어오는 해외 저작권료가 포함되면 금액이 오른다. 통상 신곡의 저작권 수입이 가장 높지만, 3년 이상 된 노래는 저작권료 낙폭이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이용자들은 크게 팬덤형과 투자형으로 나뉜다. 팬덤형 이용자는 가수를 후원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평생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 열광한다. 투자형 이용자는 연금처럼 따박따박 나오는 저작권료를 이색 재테크 수단으로 여긴다. 정현경(47) 뮤직카우 대표는 “팬덤은 값을 계속 높이며 ‘최고가 경쟁’을 벌이고, 투자자는 최대한 싸게 사려는 ‘최저가 경쟁’을 벌인다”며 “완전히 이질적인 두 집단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뮤직카우의 지향점은 ‘열악한 창작 생태계 개선’이다. 저작권 일부를 양도한 원작자에게 판매대금 외에도 경매 상승분 50%를 지급한다. 상승분의 나머지 50%와 유저마켓 수수료 1.2%는 뮤직카우의 몫이다.

뮤직카우 역대 최고낙찰가 기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뮤직카우 역대 최고낙찰가 기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투자 리스크엔 주의해야

그러나 큰 기대는 금물이다. 인기곡일수록 구매가 대비 저작권료 수입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에일리의 ‘저녁하늘’ 등은 최근 유저마켓에서 주당 13만원대에 거래됐는데, 최근 1년 저작권료 수입은 각각 2013원, 2603원에 그쳤다. 반대로 비인기곡은 재판매 자체가 어렵다. 일단 구매하면 처분도 이용자 간 거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가수 후원이 아닌 투자 목적이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용자는 11만명인데 거래곡이 550개뿐인 것도 한계다. 수가 적다 보니 인기곡의 주당 낙찰가가 4만~5만원까지 치솟는다. 정 대표는 “소비자에게 최소 연 8% 수익률을 보장하도록 수급 조절을 잘 하는 것이 과제”라며 “1일 최소 1곡 공개를 목표로 공급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에 IT·금융 접목

정현경 뮤직카우 각자대표 [사진 뮤직카우]

정현경 뮤직카우 각자대표 [사진 뮤직카우]

뮤직카우는 여성포털 등을 창업했던 벤처 1세대 출신 정현경 대표가 2016년 창업했다. 그는 바비킴, 버스커버스커 등의 노래 7곡의 가사를 쓴 작사가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내게 들어오는 저작권 수입의 패턴을 보니 이걸 안전자산으로 만들 수 있겠단 생각에 거래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땄다”고 말했다.

이어 “저작권료 정산만을 위한 별도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이용자들이 저작권협회에서 분배되는 저작권료를 안전하게 수령하도록 했다”며 “모회사가 망해도 이용자들이 구매한 저작권은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뮤직카우는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조성한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서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정 대표는 “이달 말엔 모바일 앱을 출시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IP금융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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