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비판하고 떠나는 문찬석 "정치가 검찰에 깊숙이 들어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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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20일 오후 광주지방·고등검찰청을 찾아 문찬석 당시 광주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20일 오후 광주지방·고등검찰청을 찾아 문찬석 당시 광주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두 번째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59·사법연수원 24기) 검사장이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문 검사장은 10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오늘 출근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다”며 “이 어려운 때에 저 먼저 떠나게 돼 미안하다”며 글을 올렸다.

문찬석 “정치적 중립성, 포기할 수 없는 가치”

문 검사장은 “고·지검장님들 영전을 축하드린다. 특히 이번 검사장 승진하신 분들 축하드린다”며 “고검장으로, 지검장으로 근무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검사로서 큰 영예다.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부여된 책임감 또한 막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지검장 1~2년 더 근무하고 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우리(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검사장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소임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글을 적었다.

문 검사장은 “검사장들이 검사답지 않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거나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검찰)총장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며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의 시선을, 여러 검사장들만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 달라”며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했던 문찬석(왼쪽 사진) 광주지검장이 이성윤(오른쪽 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했던 문찬석(왼쪽 사진) 광주지검장이 이성윤(오른쪽 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뉴스]

이성윤 지검장 대해서는 “검사로 생각 안 해”

법무부는 지난 7일 문 검사장을 오는 11일 자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했다. 이에 문 검사장은 인사 당일 사의를 밝혔다.

그는 사의 직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성윤(58·23기)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문 검사장은 “그분(이성윤)이 검사인가. 저는 검사라는 생각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앞서 문 검사장은 지난 2월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도 이 지검장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게 사실이냐며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문 검사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 기소를 놓고 “총장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의 진실이 무엇이냐”라는 취지로 이 지검장에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검사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 추 장관에 대해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며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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