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감사원 특감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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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의약분업 정책 혼선 과정을 추적해 온 이유는 "민생과 직결된 정책 실수가 치명적인 국정 혼선을 야기한다는 교훈을 공직사회에 심어주기 위한 것" 이라고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여기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가 깔려 있다.

지난달 초 실무 부서인 보건복지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감사원 특감은 "사실상 金대통령의 특명(特命)성격" 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미 金대통령은 의약분업과 관련해 최선정(崔善政)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유배(金有培).최규학(崔圭鶴)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은 물론 당시 보건복지부 차관에 대한 문책 인사를 했다.

따라서 이번 특감은 정책 실무자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이는 "국정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일선 실무자들의 무사안일과 실패를 끝까지 찾아내려는 뜻" 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감사 초점은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예산 증가 등 재정 부담▶국민 불편 등 부작용에 대한 예측 능력과 보완 대책에 맞춰졌다. 감사 결과 '정책 수행 과정에서 놀라울 정도의 안이함' 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작용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은 없는지까지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단 감사원은 '정책 판단의 형편없는 실수' 로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의약분업 실패에 대한 金대통령의 실망과 분노는 상당하다. 金대통령의 국정관리 전반을 헝클어뜨렸기 때문이다. "민심 악화의 뿌리도 따지고 보면 의약분업" 이라며 민주당은 복지부를 성토하고 있다.

특히 차흥봉(車興奉)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金대통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걱정할 것 없다. 임기 중 최대의 치적이 될 것" 이라고 보고한 데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 여권의 지배적인 분위기" 라고 다른 청와대 참모는 전했다.

구체적으로 車전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이 나왔으나 이런 카드는 거두는 쪽으로 기울었다.

여권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는 정책 실패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 재발 방지에 비중이 있다. 환란(換亂)책임을 물어 구속했던 강경식(姜慶植)전 경제부총리도 무죄 법원 판결이 났다" 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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