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진료 질 선진국 수준 외국병원 갈 필요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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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국내 암환자들이 미국 등 해외 유명병원을 찾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

올해 초 일산 신도시에서 문을 연 국립암센터의 초대사령탑인 박재갑(朴在甲.53.사진)원장은 진료의 질 면에서 이미 국립암센터가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음을 강조했다.

국립암센터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초빙한 이진수 연구소장 등 해외 석학을 연구인력으로 확보하고, 대당 5백억원에 달하는 양성자치료기 등 첨단기기를 잇따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모든 암환자를 국립암센터가 맡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박원장은 "설립취지에 맞게 치료가 어려운 암환자.희귀암환자 등 일반 병원에서 다루기 힘든 환자들을 골라 진료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가 또하나의 종합병원이 되어선 곤란하다는 것.

그는 국립암센터가 진료보다 연구 중심의 국가기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익을 맞추기 위해 당장 돈이 되는 진료에만 매달려선 안된다는 것.

지금까지 7년간 공사비로만 1천4백억원이 투입됐다. 특정연구기관에 대한 과도한 예산집행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원장은 "삼풍백화점 사고로 생명을 잃은 5백여명에게 2천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된 점을 생각할 때 매년 5만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암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오히려 미흡한 편" 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매년 2천억원의 연구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지놈연구 등 기초의학연구는 물론 부위별 암발생 통계확보 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조기검진 가이드라인의 제정도 국립암센터의 당면과제.

박원장은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와 함께 우리 실정에 맞는 자궁경부암 조기검진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며 위암.간암 등 다른 암으로 확대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세 이상 여성이거나 20세 이전이라도 성경험이 있는 여성은 모두 1년에 한번 질세포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병원마다 달랐던 검진지침이 처음으로 하나로 통일된 셈.

표준치료법의 확립도 국립암센터의 과제. '최대 효과, 최소 부작용' 의 표준치료법을 제정함으로써 위암 등 한국인에게 흔한 암에서 최선의 치료법을 도출해낸다는 것. 이를 위해 수술방 벽을 유리로 만들어 수술장면을 다른 의료진에게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박재갑 원장 <국립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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