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남성 미성숙정자 체외 배양 임신성공

중앙일보

입력

불임남성의 고환조직에서 채취한 정자 전단계인 원형정세포(round spermatid)를 체외에서 배양, 정상적으로 임신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불임 부부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세화산부인과 이상찬(李相燦) 박사팀은 무정자증으로 판명된 김모(38.울산시)씨의 고환에서 원형정세포를 채취해 체외에서 배양한 뒤 부인이모(35)씨의 난자에 주입, 수정란을 이식해 성공적으로 임신시켰다고 16일 밝혔다.

김씨의 경우 지난 96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10차례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아 모두 실패했지만 이번 시술 성공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박사팀은 김씨의 고환에서 원형정세포 추출 -> 자체 제조한 배양액에서 3일간 체외 배양 -> 배양시기에 맞춰 난자 채취 -> 수정 -> 76시간 수정란 체외배양 ->수정란(16세포기) 자궁내 이식 등의 과정을 거쳐 임신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미성숙정자의 체외 배양은 국내에서 뿐만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연구단계에 있어 이 박사팀의 이번 시술성공은 불임부부에게 큰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까지 국제학회에 보고된 연구성과는 원형정세포를 정상적인 정자로 성숙시키는 비율이 1%에 불과하며 임신과 관련해서도 만족스런 결과가 보고되지 않았는데 이 박사팀은 이번에 40%이상의 성숙률을 기록하는 계가를 올렸다.

이 박사팀의 이번 시술은 배양액만으로 체외에서 정세포를 성숙한 정자로 배양시킨 성과외에도 무분별한 인간 복제를 부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이탈리아 의사가 미성숙정자를 쥐의 정소(精巢)에 주입, 배양시킨 뒤성공적으로 임신시켜 `쥐 아기'를 탄생시키면서 야기됐던 윤리적인 문제나 유전자이상 초래 우려, 치명적 질병 발생 우려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병원 불임연구소 김종흥 소장은 "배양액만 이용해 체외 배양을 성공한 것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높은 성숙률은 세계 최초의 계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조만간 고환안에 정자가 있는 불임환자 수준까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부산=연합뉴스)박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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