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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에 10m 쓸려간 안성 주택···"재수없는지 굿이라도 할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죽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연탄창고를 치우고 있다. 채혜선 기자

5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죽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연탄창고를 치우고 있다. 채혜선 기자

5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 남산마을. 이곳엔 지난 2일 시간당 8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당시 주택 한 채가 10m 넘게 쓸려 내려갔다. 집 안에 있던 70대 주민이 매몰됐다가 약 3시간 만에 구조됐다. 산에서 내려온 흙더미가 마을을 휩쓴 지 사흘이 지났지만, 비가 멈추지 않아 토사는 계속 쌓였다. 복구 작업이 더딘 이유다.

"치워도 치워도 끝없어" 한숨 

2일 박씨 집 앞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박씨 제공

2일 박씨 집 앞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박씨 제공

이날 오후 2시쯤 만난 주민 박모(65)씨는 산사태가 크게 일어났던 그때만 생각하면 절로 몸서리가 처진다고 했다. 당시 폭우로 박씨 집 뜰에 있던 비닐하우스 세 동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비가 퍼붓던 지난 2일 찍었다는 동영상에 따르면 그의 집 주변은 누런 흙탕물로 뒤덮였다. 박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두려움에 떨었던 아내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다.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남산마을 주민들은 산에서 쓸려내려 온 흙을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마을 진입로에서는 굴삭기 한대가 강풍 등으로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있었다. 굴삭기 기사는 “일단 도로에 위험한 나무들만 치우고 있는데 흙이 워낙 많이 쌓여 복구 작업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복구 작업 중간중간, 세찬 소나기가 여러 차례 내렸다. 한 주민은 “온종일 흙만 치우고 있는데 이렇게 비가 오면 또 흙이 쌓인다”며 혀를 찼다.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울상 

5일 안성 죽산시장 내 한 상가에 '침수피해로 당분간 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5일 안성 죽산시장 내 한 상가에 '침수피해로 당분간 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폭우가 할퀴고 지나간 인근 죽산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상점 곳곳에 ‘침수 피해로 당분간 쉰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해당 시장은 지난 2일 폭우로 점포 150곳이 피해를 보았다. 시장 상인 A씨(80·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뚝 끊겨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웠는데 여름에 비까지 많이 내려 눈앞이 깜깜하다”며 “올해 재수가 없는 건지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6일에도 강한 비가 오리라 예상되면서 주민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3시부터 안성에 본격적으로 비가 시작되고 시간당 40~70㎜에 이르는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안성 지역에는 현재 산사태와 주택 및 농경지 침수, 도로 유실 등 비 피해 신고 394건이 접수됐다. 지난 2일 시간당 1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안성 일죽면에서는 양계장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기도 했다.

안성시는 굴삭기·덤프트럭과 같은 장비와 군인·공무원 등 300여명을 투입해 피해 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민 220여명은 현재 죽산초와 각 마을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비가 오다 그치길 반복하면서 비 피해 신고도 계속 늘고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전 공무원이 비상대기하면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사태 대피 요령은 

5일 안성시 죽산면 남산마을. 채혜선 기자

5일 안성시 죽산면 남산마을. 채혜선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산사태는 200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해 대형화하는 추세다. 2011년 43명이 목숨을 잃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6일에도 경기도 용인시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있던 2명이 매몰됐다 구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산사태는 연속 강우량이 200㎜ 이상, 시간당 최대 강우량이 32㎜ 이상일 때 일어나기 쉽다. 지면에서 기울기가 30도 되는 경사면 지역이 위험하다. 또 침엽수 밀집 지역에서 산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산사태가 일어났을 땐 건물 안에 있을 시 책상·테이블 밑으로 피신하고 밖으로 나와선 안 된다. 또 산사태 방향과 멀어지는 쪽의 가장 가까운 높은 곳으로 뛰어 대피해야 한다.

안성=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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