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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의혹 ‘한동훈 공범’ 적시 못하면서 검·언 유착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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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4일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A 강요 미수’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 등 2명이 5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기자와 범행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은 이번 공소장에선 공모 혐의 등이 모두 빠졌다. 검찰은 한 검사장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검찰, 전 기자와 후배 기자만 기소 #수사팀 “한동훈 비협조로 수사 미완” #한 측 “애초 공모 사실 자체 없었다 #이제 MBC의 권·언 유착 수사하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5일 이 전 기자를 형법상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동료인 백모(30) 기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기자와 백 기자는 공모해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올해 2~3월 ‘검찰이 앞으로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해 중한 처벌을 받게 할 것’이란 취지의 편지를 수차례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에 대한 진술을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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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사안의 시작부터 끝까지 두 기자의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백 기자는 그동안 세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수사의 시발점이 된 지난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고발장에는 이 전 기자와 ‘성명 불상 검사장’만 적혀 있었지만 수사 중에 백 기자와의 공모를 추가로 인지한 것이다.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 백 기자와 통화하며 “한 검사장이 ‘내가 수사팀에 얘기해 줄 수도 있다’ ‘나를 팔아’라고 말했다”고 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 전 기자는 “어떤 검사도 ‘나를 팔아’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후배의 취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말을 부풀린 것”이라는 취지로 이를 부인했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이날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는 없는 사안”이라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2년 차 기자까지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공소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검찰의 소환 조사나 추가 증거 수집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기자와 함께 강요 미수 혐의를 구성하는 핵심 당사자로 지목받았던 한 검사장은 이날 기소 대상에서 빠졌고, 이 기자의 공소장에도 ‘공범’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6월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비밀번호 함구 등 당사자의 비협조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해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지난달 첫 소환조사 때도 조서 열람이 진행되지 않아 미완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한 검사장을 기소 대상에서 빼는 수사팀 결론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 측은 “애초 공모 사실 자체가 없어 공모라고 적시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이 사건을 ‘검·언 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주길 요청한다”며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 소위 제보자X,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權言) 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MBC에 검·언 유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제보자X’ 지모(55)씨 등이 친문(親文) 인사들과 짜고 함정을 파 검·언 유착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이른바 ‘권·언 유착’ 의혹 수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씨는 지난 3일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조사를 받았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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