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91. 병 옮기는 병원

중앙일보

입력

50대 환자 金모씨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았는데 의사가 "수술이 잘 됐다" 고 했다. 하지만 그는 수술 후 5일째부터 열이 나고 설사가 심해 탈수상태에 빠졌다.

대학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곧 숨졌다. 사망원인은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으로 추정됐다.

병원측은 환자의 콧속에 있던 이 균이 음식을 공급하는 관을 통해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2년여의 분쟁 끝에 최근 재판부의 조정으로 원만하게 종결됐지만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원내감염은 종합병원급에서만 연 1백50여건 발생한다고 한다. 중소병원을 포함하면 전국의 1천여개 병원에서 원내감염이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원내감염이 늘면서 병원이 세균의 온상처럼 알려지자 대한병원협회는 1992년 '병원감염관리준칙' 을 만들어 80병상 이상 병원에서 이를 지키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잘 모르거나 알아도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

'환자를 볼 때마다 손을 씻어야 한다' 는 간단한 규정도 하루 수십명 씩의 환자를 보는 임상현실에서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대형병원에는 병원감염관리과가 있지만 원내감염 피해자가 생기면 대부분 쉬쉬해 재발방지에 도움이 안된다.

병원은 현실에 맞는 내규를 만들어 준수해야 한다. 감염실태를 환자와 가족에게 솔직히 밝히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발생을 막지 못하는 것보다 감추다 감염을 확대하고 재발시키는 잘못이 더 크다.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환자의 경우 의사들이 예방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환자를 아무 때나 문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도 감염사고를 정확히 조사해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염병 예방차원에서 법정관리하고, 예방과 치료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신현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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