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달리기에 알맞은 호흡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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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기수련을 하면서 마라톤 같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달리기를 하는 중 때때로 가슴에 통증이 옵니다.

혹시 호흡법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달리기에 알맞은 호흡법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이창수)

(A) 기수련과 마라톤은 결과적으로 공통점을 지닙니다. 좌선은 궁극적으로 무아(無我)지경에 들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마라톤도 무아의 경지 또는 황홀감의 극치를 맛보게 합니다. 이것을 일컬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말합니다.

가령 1시간을 달린다고 할때 전반 30분은 육체적 고통이 따릅니다. 숨이 차고 가슴도 아프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옵니다.

그러나 이런 고통을 이겨내면 몸속에 있는 모든 찌꺼기가 날아가면서 온갖 잡념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정신통일이 이뤄집니다.

이렇게 되면 후반 30분은 무아의 경지에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이때 이른바 엔돌핀이 분비돼 황홀감을 맛보게 됩니다. '내가 달리는 것' 이 아니라 '나와 달리기' 가 '하나' 가 되는 것이죠. 이 경지는 '선' 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경지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지가 정신과 육체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예비운동 없이 달리기를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충분한 준비와 오랜 연습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달리는 시간을 무리하게 잡지 말고 차츰 운동량을 늘려가야 합니다.

마라톤 같은 장거리 달리기의 호흡법은 날숨 한 번에 들숨 두 번의 비율로 호흡의 리듬을 잡아야 합니다. 이것은 일반 기수련의 호흡법과는 정반대입니다.

기수련에서는 '호장흡단(呼長吸短)' 즉 날숨이 길고 들숨이 짧아야 하는데 반해 마라톤에서는 '호단흡장(呼短吸長)' 즉 날숨이 짧고 들숨이 길어야 합니다.

마라톤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산소를 들이마시고 탄산가스를 빨리 뱉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기가 반드시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인의 건강이 나빠지는 원인의 하나가 운동부족에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운동부족은 달리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명의 이기(利器)로 말미암아 걷지 않은데서 온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는 우선 걷기부터 시작하고 달리기는 그 다음에 해야 할 것입니다.

문의 팩스=02-751-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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