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에도 밥상물가는 올라…호우 피해로 8월도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했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했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0.3% 오르는 데 그치며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다. 그러나 밥상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8월에도 먹거리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6(2015년=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올랐다. 사상 두 번째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지난 5월 이후 6월 0%에 그친 뒤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저물가 흐름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거리 물가 오른 만큼 물가 하락 요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저물가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통계청은 우선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한 고등학교·유치원 납입금 무상화 등 교육 분야 정책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부문의 가격이 하락한 점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4월 바닥을 찍은 국제 유가도 국내에 반영돼 물가를 떨어뜨렸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2%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낮아진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과 함께 움직이는 전기료와 도시가스 가격도 각각 16.2%, 10.4% 하락했다. 거리두기 방역 수칙의 결과로 외식 물가 상승 폭도 적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가격(6.4%) 상승은 두드러졌다.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3% 급등했고, 축산물 가격도 9.5% 올랐다. 통계청은 “지난해 7월 작황 호조로 채소류 가격이 낮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계절과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가격을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는 8.4% 올라 2018년 1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재난지원금 효과 제한적…외식물가 영향은 아직

7월 소비자물가 동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7월 소비자물가 동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긴급재난지원금은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난지원금은 돼지고기·소고기 등의 품목에서 가격 상승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재난지원금이 가장 많이 쓰인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아 전체 물가에는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3% 상승률을 보이던 외식 물가는 올해 들어 내리 0%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 7월 외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6% 올랐다. 물가는 경기의 움직임을 뒤따르는 후행지표인 만큼, 외식 물가에 대한 재난지원금의 본격적인 효과는 3~6개월 뒤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우 피해와 태풍이 이어지는 8월에도 농축수산물 물가가 전체 물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물가가 0.3% 오른 것도 작년에 물가상승률이 워낙 낮았던 데에 따른 기저효과”라며 “부진한 경기 탓에 국민 소득은 그대로인데 농축수산물처럼 삶과 밀접한 분야의 물가가 올라서 체감 경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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