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0.3% 오르는 데 그치며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다. 그러나 밥상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8월에도 먹거리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6(2015년=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올랐다. 사상 두 번째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지난 5월 이후 6월 0%에 그친 뒤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저물가 흐름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거리 물가 오른 만큼 물가 하락 요인도
저물가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통계청은 우선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한 고등학교·유치원 납입금 무상화 등 교육 분야 정책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부문의 가격이 하락한 점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4월 바닥을 찍은 국제 유가도 국내에 반영돼 물가를 떨어뜨렸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2%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낮아진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과 함께 움직이는 전기료와 도시가스 가격도 각각 16.2%, 10.4% 하락했다. 거리두기 방역 수칙의 결과로 외식 물가 상승 폭도 적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가격(6.4%) 상승은 두드러졌다.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3% 급등했고, 축산물 가격도 9.5% 올랐다. 통계청은 “지난해 7월 작황 호조로 채소류 가격이 낮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계절과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가격을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는 8.4% 올라 2018년 1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재난지원금 효과 제한적…외식물가 영향은 아직
긴급재난지원금은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난지원금은 돼지고기·소고기 등의 품목에서 가격 상승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재난지원금이 가장 많이 쓰인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아 전체 물가에는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3% 상승률을 보이던 외식 물가는 올해 들어 내리 0%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 7월 외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6% 올랐다. 물가는 경기의 움직임을 뒤따르는 후행지표인 만큼, 외식 물가에 대한 재난지원금의 본격적인 효과는 3~6개월 뒤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호우 피해와 태풍이 이어지는 8월에도 농축수산물 물가가 전체 물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물가가 0.3% 오른 것도 작년에 물가상승률이 워낙 낮았던 데에 따른 기저효과”라며 “부진한 경기 탓에 국민 소득은 그대로인데 농축수산물처럼 삶과 밀접한 분야의 물가가 올라서 체감 경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