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모(27.여.서울 상계동) 씨는 지난 3월 서울 충무로 A애견센터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샀다. 44만5천원짜리 닥스훈트종.
그러나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혈변을 쏟던 강아지는 시름시름 앓다 닷새 만에 죽었다. 가게에선 "사가기 전엔 건강했다" 며 치료를 거절했고, 죽은 뒤에도 "책임이 없다" 고 주장했다.
결국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강아지가 '파보 바이러스' 에 감염돼 있었다는 판정을 받은 韓씨는 애견센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애견센터가 위생 사각지대다.
홍역은 물론 치사율 90% 이상으로 '개들의 AIDS' 로 불리는 파보 바이러스에 전염된 강아지들도 적잖이 팔린다.
"일부 업소에선 병든 애완견에 마약성분이 든 약을 투여한다. 그러면 삼사일은 생생해 보인다. " 충무로 한 애견센터 종업원 C씨의 말이다.
올들어 애완견의 질병.폐사와 관련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사례는 6백78건. 지난해 같은 기간(5백38건) 보다 26% 늘었다.
여기엔 업소들의 위생불감증,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접종.방역 규정도 한몫한다.
애완견 거리로 자리잡은 충무로.퇴계로 일대조차 단 한차례의 방역이나 질병예방 단속이 없었다.
"가축 방역은 자치단체의 일" 이라는 농림부측의 말에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애완견 전염병은 법정전염병이 아니어서 방역의무가 없다" 고 따진다.
예방접종과 관련, "생후 4주부터 접종이 가능한데 그보다 어릴 때 주로 팔리는 탓에 기회가 없다" 는 것이 애견센터측의 말. 그래서 "질병 면역력이 생기는 생후 8주 이후에만 매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수의사 권대헌.61) 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