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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은 기각‧채널A는 발부…법원의 오락가락 영장 왜

중앙일보

입력

한동훈 검사장(왼쪽) 정진웅 부장검사 (오른쪽)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왼쪽) 정진웅 부장검사 (오른쪽) [연합뉴스]

채널A-검사장 의혹 사건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대한 법원의 영장 발부율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채널A의 경우 본사 압수수색부터 이동재 전 기자 구속영장,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됐지만 박 전 시장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마저 연이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지난달 29일 한동훈 검사장에 제시한 압수수색영장이 불법 감청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해당 영장에는 “한 검사장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인증번호를 받아 비밀번호를 바꿔 카카오톡에 접속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면서 동시에 카카오톡을 볼 수 있는 영장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은 수사를 허가하는 일종의 ‘허가장’ 성격을 지닌 만큼 법원이 감청 가능성과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치밀하게 검토해 영장을 처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심지어 이러한 영장이 허가되면 영장에 적시된 기간만이 아니라 이후의 시점까지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라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압수하더라도 피의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잠금 해제가 어려워진 현실에서 허용되는 압수수색과 감청영장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현직 판사는 “텔레그램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본사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관련 자료를 받아야 하지만 실무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수사를 통해 알게 된 비밀번호로 접속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7월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고소인측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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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원은 지난달 17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 영장을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5일 뒤 서울시청 청사 일부와 박 전 시장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한 대의 압수수색영장 역시 기각됐다. 또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이 경찰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집행정지는 받아들여졌다. 전화는 법원이 포렌식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까지 경찰청에서 봉인된 상태로 보관될 예정이다.

법원 측은 법리에 따른 영장 발부라는 입장이다.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방조 혐의에 관한 것이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입증돼야 방조에 대한 영장도 발부될 수 있지, 거꾸로 방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부터 열어본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꼭 필요한 만큼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박 전 시장의 범죄 혐의를 서울시 직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막아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성추행을 도운 것과 다름없다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부실 영장 청구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 기각 사유로 “범죄 혐의 사실 소명 부족”을 들었다. 이는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반면 한 검사장의 경우 그가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로 대법원장을 구속하는 등 판사를 향한 수사를 벌였던 만큼 법원이 낮은 기준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이 전 기자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기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적었다.이를 두고 공범 관계라고 명확하게 밝히는 대신 ‘연결’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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