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조만간 여야 국회의원 300명에게 친필 서명 편지를 보낸다. 고리대금 이자율을 현행 최고 24%에서 10%으로 내리는 입법을 요청하는 내용이라고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전했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에도 친전을 통해 병원 수술실 CC(폐쇄회로)TV 설치 의무화를 위한 입법을 여야 의원 모두에게 당부했다. 이 내용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대표발의(의료법 개정안)했다. 그는 지난 9일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뒤, 지난 24일 법안을 손질해 다시 발의했다. 다만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 지사의 친전 때문에 철회한 건 아니고 의원실 내부 토론 결과”라고 부연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이 지사는 이달 초 페이스북에 “국회와 정부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혼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1정책으로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입법을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같은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 의원은 법안을 제안한 이유를 “부동산 매각 또는 신탁 제도를 도입해 부동산 정책 전반 및 공직 사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 경제 정의의 토대를 새롭게 다지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산업재해 예방 토론회’ 이후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윤 의원은 지난 15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에 대해 고용노동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광역자치단체에 근로감독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101조 2항 신설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른바 ‘지자체 노동경찰제’다. 이 지사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안전 노동을 위한 윤 의원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경기도가 내달 토론회 개최를 계획 중인 기본주택 이슈에도 여러 의원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그동안 공공임대주택은 소득·자산·나이 등으로 조건과 제한을 두어왔을 뿐 아니라 위치도 좋지 않고 면적도 좁고 품질도 낮아 오래 살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주택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썼다.
경기도는 월 1회 이상 국회에서 토론회를 연다. 대개 이 지사가 먼저 띄우는 파급력 높은 이슈 위주라 정치권의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 경기도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토론회나 이 지사 발언 이후에 자료를 요청하는 의원실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20대 국회 때보다 지금이 확실히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표’ 정책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이재명계’로 낙인을 찍는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과거에도 꾸준히 관심을 받던 주제다. 이 지사의 발언으로 탄력이 붙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지사를 개인을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30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이낙연 의원을 만났다. 경기도의원 간담회를 마친 이 의원이 도청을 방문하면서 만남이 이뤄졌다. 약 10분간의 비공개 면담 이후 이 의원은 “정책 얘기도 일부 있었고 다른 좋은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