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직폭행"vs"무고죄"…초유의 '검사 육탄전' 고소까지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동훈 검사장(왼쪽) 정진웅 부장검사 (오른쪽)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왼쪽) 정진웅 부장검사 (오른쪽) [연합뉴스]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초유의 ‘육탄전’을 벌인 수사팀의 정진웅(52·29기) 부장검사. 두 사람은 진실 공방을 벌이며 고소전에도 나섰다. 양측은 각각 독직폭행과 무고 혐의로 맞선다.

검찰 안팎에서는 감찰과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엄밀하게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과에 따라서 한쪽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독직폭행’ vs ‘무고·명예훼손’

30일 서울중앙지검과 한 검사장 측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이뤄진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정 부장검사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 부장검사가 먼저 한 검사장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에 대해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감찰을 요청했다. 공무원이 지위·직무를 남용해 폭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다. 그러자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고 밝혔다.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를 예고했다.

독직폭행 혐의는 일반 폭행보다 형이 무겁고, 벌금형이 없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독직폭행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때는 1년 이상 유기징역, 숨지게 했을 경우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이다.

다른 사람을 형사·징계 처분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무고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도 5년 이하 징역 및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어느 쪽이 됐든 향후 감찰과 수사가 이뤄져 징계나 유죄가 인정될 경우 공무원으로서는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결국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으로서의 불명예는 불가피해졌고, 형사상 처벌 가능성도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유심[pixabay]

유심[pixabay]

‘변호인 전화’ vs ‘압수물 삭제’

양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이 이뤄질 당시 ‘변호인 전화번호가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다. 휴대전화를 사용해 전화해도 되겠는지’를 정 부장검사에게 물었다. 정 부장검사가 이를 허용했다는 것은 양측의 입장이 같다. 다만 정 부장검사는 사무실 전화로 연락하길 요청했으나 한 검사장의 의사를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몸싸움이 이뤄졌고,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입력을 통한 압수물 삭제를 시도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한 검사장은 이 과정을 부당한 폭행이라고 강조한다.

양측의 입장차에 대해 일각에서는 압수수색 대상이 휴대전화가 아닌 유심(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USIM)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유심을 직접 물리적으로 파손시키려 한 게 아니라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내용 등을 삭제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에서다.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비밀번호 입력’ vs ‘얼굴 인식 해제’

정 부장검사는 왜 비밀번호 입력을 증거인멸 시도로 본 것일까. 한 검사장 측 설명은 이렇다. 당시 정 부장검사가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왜 ‘페이스(얼굴) 아이디’가 아닌 비밀번호 입력으로 하냐며 고성을 질렀다는 것이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무언가를 입력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마지막 한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면 압수하려는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평소 얼굴 인식을 통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한다고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 검사장 측은 페이스 아이디가 아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휴대전화 잠금이 해제되도록 설정돼 있었다고 맞선다.

삽화2=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2=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폭행’ vs ‘제지’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테이블을 넘어와 휴대전화를 뺏으려 했다고 전했다.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 몸 위에 올라 팔과 어깨를 잡고, 얼굴을 눌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부장검사는 테이블을 넘지 않았고, 몸을 붙잡지도 않았다고 반박한다. 또 옆에 서서 보니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어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어 “이러시면 안 된다”며 제지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넘기지 않으려 했고, 팔을 뻗다가 중심을 잃어 같이 넘어졌다는 게 정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병실에 누워있는 정진웅 부장검사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병실에 누워있는 정진웅 부장검사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시시비비 가려야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양측이 내놓은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감찰과 수사를 통해서 책임자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야 ‘촌극’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고검에서 진행되고 있는 감찰 절차가 주목 받는 이유다.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는 두 당사자 외에도 검사·수사관 등 수사팀 관계자, 법무연수원 직원 등 여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소동 직후 상황을 촬영한 영상 등 정황 증거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이나 수사로 목격자 진술 조사나 및 경위 파악 등이 가능한 만큼 진상 규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감찰 등이 당연히 진행돼야 한다”며 “책임 소재를 명백하게 밝힌 뒤 징계나 처벌을 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