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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홍보 안해도 8000만원, 김부겸 손편지 써 5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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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한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한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이낙연 8000만원, 김부겸 5000만원, 박주민 3000만원.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당대표 후보들이 29일까지 각자 후원계좌를 통해 모금한 액수다. 후보등록(20~21일) 이후 8일간 실적으로, 이낙연 의원은 벌써 상한(1억5000만원)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목표액의 3분의 1을 달성한 김부겸 전 의원은 부지런히 모금액을 불리고 있다. 두 후보보다 3일 늦게 후원회를 연 박주민 의원도 전당대회 당일까지 모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모금 기간이 한 달 더 남았지만, 초반 실적에선 세 후보 간 희비가 엇갈렸다. 후원회 모금액은 당대표 후보의 기세를 판단하는 척도일 수 있다. 과거 전당대회 실무를 맡았던 여권 인사는 “전당대회 모금은 주로 ‘부익부 빈익빈’ 구조로 흐른다”며 “인기가 높은 후보는 가만히 있어도 돈이 모이지만, 어려운 후보는 기를 써도 모으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치르는 ‘조용한 전당대회’ 기조 속에 후원 열기가 덜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전당대회, 이해찬·송영길·김진표 얼마나 썼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8년 전당대회, 이해찬·송영길·김진표 얼마나 썼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니 벌써”…속으로 웃는 이낙연

이 의원은 ‘조용한 모금’이 컨셉이다. 소액 위주 모금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많은 이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도 8일 만에 8000만원이 모인 건 의외의 성과라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 의원을 돕는 재선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한차례 모금 포스터를 올린 게 모금 활동의 전부”며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당원들이 알아봐 준 것 같다”고 했다.

현역 의원인 이 의원은 김 전 의원에 비해 모금에 유리한 조건도 갖췄다. 전당대회 후원 계좌(최대 1억5000만원)뿐 아니라 기존 국회의원 후원회에서 모으는 돈(최대 3억원)도 당대표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어서다.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두 곳 후원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국회의원) 후원회에 이어 회장을 맡은 것으로 별도 모금 활동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호남 출신인 이 의원이 일부러 TK(경북 의성 출신) 명망가인 김 위원장을 택했다”(수도권 의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의원 후원금 모집 포스터의 일부.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의원 후원금 모집 포스터의 일부. [페이스북 캡처]

일일이 손편지…마음 급한 김부겸

전직이라 국회의원 후원 계좌를 열 수 없는 김 전 의원은 살림이 더 빠듯하다. 지갑 하나로 두 개를 상대해야 하는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김 전 의원은 지난 20일 후원자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띄웠다. “국회의원에서 원외로 신분이 바뀌고 나니 맨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제가 어디에 기댈 수 있겠나. 염치불고하고 여러분께 또 도와주십사 이 편지를 쓴다.”

김부겸 전 의원이 5월(위)과 7월(아래) 두 차례에 걸쳐 후원인들에게 보낸 편지 일부.

김부겸 전 의원이 5월(위)과 7월(아래) 두 차례에 걸쳐 후원인들에게 보낸 편지 일부.

앞서 김 전 의원은 4·15 총선 낙선 직후인 지난 5월에도 후원자들에게 “이 귀한 인연을 놓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발송했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한분 한분께 정성으로 후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캠프 내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의원의 후원회장은 전북 정읍 출신의 민주당 상임고문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맡고 있다.

박주민, 소액모금·저비용 전략

유튜브 스타인 박 의원은 모금활동도 온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19만명이 가입된 유튜브 채널 ‘박주민TV’가 주된 모금 창구다. 박 의원의 전당대회 후원회장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김남근 변호사가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박 의원의 서울대 법대 선배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많은 분께 소액 후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이 홍보를 위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일부. [유튜브 캡처]

박주민 의원이 홍보를 위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일부. [유튜브 캡처]

현재 스코어 모금액 3위지만 박 의원 측의 살림은 비교적 여유롭다고 한다. 박 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2018년 전당대회 때 한 차례 효능을 입증한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또 쓸 계획이라서다. 조직을 최소화하고 유튜브·페이스북 모금에 집중했던 박 의원은 당시 후보 중 가장 적은 액수(6989만원)를 쓰고도 권리당원 득표 1위를 기록했다. 박 의원 측은 권리당원을 상대로 한 온라인 캠페인에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5000만원이라도 모일까”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 뿐 아니라 최고위원 5명도 함께 뽑는다. 이미 수천만원씩 돈을 끌어모은 당대표 후보 3인과 달리, 최고위원 후보 8명은 모금 활동에 고심이 깊다고 한다. 온라인 전대로 전당대회 자체의 김이 빠진 데다 실권이 크지 않은 최고위원 선거에는 당 안팎의 관심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모금액 상한(1억5000만원) 달성은커녕 3000만원에 달하는 기탁금과 수천만원이 드는 문자메시지 비용만으로도 버거운 형편이다.“자칫 큰 적자가 날 수 있다”(한 최고위원 측 보좌진)는 말도 나온다.

이들에게 다행인 건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돈 드는 선거운동' 차단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당 선관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전당대회’ 기조 속에 지역별 당원 간담회를 금지했고 권리당원에 보내는 문자메시지도 총 5회로 제한했다. 대신 후보들은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 채널과 방송 출연에 목을 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유튜브가 자신을 알릴 주요 수단이라 인기 채널마다 최고위원 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며 “후보 지출은 지난 전당대회 때보다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심새롬·김효성·김홍범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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