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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 대구女핸드볼팀, 이번엔 ‘진정서 작성 압박’ 진실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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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에서 감독과 선수 사이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2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 핸드볼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평소처럼 훈련하고 있다. 뉴스1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에서 감독과 선수 사이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2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 핸드볼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평소처럼 훈련하고 있다. 뉴스1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에서 회식 강요와 술시중, 성추행까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사건이 불거진 후 선수들이 작성한 진정서도 고참 선수의 압박 분위기 속에서 작성됐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제보 선수 “고참 선수가 진정서 방앞에 놓고가라 해” #고참 선수 “쓰고 싶으면 각자 쓰라 해…강압 없었다” #대구시 “29일 오전 선수 12명 진정 접수됐지만 반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 팀 감독 A씨(47)가 일부 선수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온 28일, 고참 선수 B씨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진정서를 쓰고 싶은 사람은 쓰라”고 했다. 원하지 않으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진정서를 언니 방 앞에 놓으면 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사실을 제보한 선수들은 “고참 선수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진정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팀 소속 선수가 15명뿐이어서 진정서를 쓰지 않을 경우 내부고발자로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B씨는 “진정서를 쓰게 할 때 종이를 놔두고 개별적으로 가져가 쓰고 싶은 사람은 쓰라고 했다”며 “따로따로 제출을 하게 했고 모여서 쓰는 일은 없었다. 강요가 있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쓰지도 않았고 혹시나 이런 종류의 의혹이 제기될까봐 당시 녹음도 했다. 진정서 내용은 모른다”고 해명했다.

 대구시체육회는 이날 핸드볼팀 소속 선수들이 ‘의혹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하자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고참 선수가 오전 대구시체육회에 선수 12명의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반려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구시는 29일자로 해당 감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코치 2명과 트레이너 등도 선수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휴가 조치했다. 선수단이 지난 4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회식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전날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선수들은 “(술 시중을 들면서) 신체 접촉이 일어나고, 하고 싶지 않아도 감독 때문에 강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술자리에 앉은) 아저씨들이 만졌다. 그럼 감독이라는 사람은 지켜줘야 하는데 같이 만졌다”고 주장했다. ‘귓속말을 한다며 귀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만졌다’ 등 피해도 호소했다.

 한편 이 의혹과 관련해 대구시와 대구시체육회는 공동으로 진상조사단을 꾸려 사실관계 규명에 나섰다. 이르면 30일 조사단 구성이 이뤄지고 31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조사단 구성에 공무원과 핸드볼팀 관계자는 배제된다. 경찰도 진위 확인을 위해 수사팀을 꾸려 내사에 착수했다. 조만간 성 문제 상담 전문가 등이 핸드볼팀 소속 선수 15명과 1대 1 면담을 하고 관련 자료를 진상조사단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대구시체육회도 이른 시일 내 선수단 숙소를 방문해 선수들과 비공개 개별 면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위성욱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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