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의료보험 종합 시스템 구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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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재정을 통제하는 댐이 집중폭우로 무너졌다. 피해액은 작게는 4조, 많게는 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각계 전문가들이 논의한 결과 사고의 원인은 노령인구와 사회 변화에 낙오된 퇴직자의 급증, 그리고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서 오는 신체적.정신적 질병 요인과 경제발전에 따른 건강 중시 심리 등의 증대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동안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부실한 보수공사가 댐을 더욱 약하게 만들어 집중폭우로 인한 홍수를 견디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각계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로 보험료.수가제도.재정지원 등의 방안을 긴급 논의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일수록 당면문제에 국한한 대처 방안보다는 그 문제를 둘러싼 전체적인 환경 변화를 분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하여 각계 전문가들이 장시간의 토론 끝에 발표한 종합적인 대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보험 댐을 정보화하기로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고급 의료장비 등 각 시설 및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병원 자산의 60%가 넘는 실정이다.

지역별로 '의료전문 시험검사센터' 를 설립하면 각 병원에 중복된 고가 의료장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중복검사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병원 운영의 간접비를 최소 40% 이상 줄여 중복.과잉수가를 조정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인공지능을 이용한 진단치료 시스템, 지역보건의료정보 시스템, 원격의료 시스템 등 의료정보화 시스템을 통해 연간 36억달러의 의료비를 줄이면서도 의료서비스는 오히려 향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병원과 환자 모두를 위한 윈-윈의 효과를 얻기 위해 종합 의료정보화 정책을 과감히 도입하기로 했다.

둘째, 의료보험의 보조댐 세개를 강 상류에 추가로 건설해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한다. 먼저 사회체육 댐을 건설한다. 사회체육과 더불어 전문적인 운동처방이 질병의 30%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 사회체육 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가령 각 지역 단위로 각종 공공 사회체육시설을 설립하고 특히 아파트 단지의 지하 등 여유 공간을 체육 공간으로 조성해 여가 인구가 스스로 예방보건에 열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제2 보조댐은 국민영양 댐이다. 미 상원의 맥거번 보고서는 성인병의 60%가 잘못된 식생활이 주원인이라고 했다.

때문에 올바른 국민영양 가이드라인과 영양 처방으로 국민의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정립함으로써 성인병 치료비의 60%에 해당하는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 일원화 댐 건설이다. 선진국의 경우 전문의사의 오진율을 3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비전문가인 환자가 스스로 양의사.한의사를 선택하면 기본적인 오진 가능성마저 안고 있어 질병의 악화, 치료기간과 비용 증가 등 국민건강 관리에 엄청난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의료 일원화를 필수로 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따른 폭발적인 의료 수요는 일종의 홍수와 같다. 이 홍수를 의료보험이란 댐 하나만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보험 댐의 안전을 위해 상류에 사회체육 댐.국민영양 댐.의료 일원화 댐 등을 건설해 종합적 국민보건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같은 종합시스템이 의료수요의 집중 홍수를 분산 조절해 재정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오히려 이번 의료보험 댐 붕괴 사태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의 확립을 통해 국민의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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