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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슈로 이해찬의 '국회 세종분원' 묻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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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행정수도 이전 드라이브를 걸면서, 민주당이 그간 추진해오던 국회 세종의사당(세종분원) 설치 안이 다소 어정쩡하게 됐다.

김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2020년을 행정수도 완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국회와 청와대, 서울에 남아 있는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그 전에 여야가 합의할 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식 간사, 우 단장, 김태년 원내대표. [뉴스1]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식 간사, 우 단장, 김태년 원내대표. [뉴스1]

특히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완성의 조건으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는데, 그의 말처럼 올해 행정수도 이전이 실현될 경우 세종분원 추진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입법 조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당 안팎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을 속전속결로 추진할 경우 미래통합당 등 야당의 반발도 거세져 자칫 기존 세종분원 추진 동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세종의사당 추진특위 위원장, 이낙연 의원, 이춘희 세종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세종의사당 추진특위 위원장, 이낙연 의원, 이춘희 세종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국회세종의사당추진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의원은 지난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행정수도는 행정수도대로, 세종분원은 세종분원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행정수도 이전 때문에 세종분원 설치가 멈춰서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과 무관하게 상임위 등 국회 일부 기능을 이전하는 것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며 “행정수도 완성 단계에서는 분원을 본원으로 확장하는 절차만 밟으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한 특위 관계자도 “행정수도 이전과 세종분원 설치 논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해찬 대표가 지난 24일 세종시에서 열린 한 토크콘서트에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여전히 실효성을 갖고 살아 있어 헌재가 다시 결정하기 전에는 국회와 청와대 이전은 불가능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세종분원 설치 등 가능한 것부터 먼저 추진하자는 뜻으로 풀이한다. 그는 20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6년 6월 ‘국회는 세종시에 그 분원을 둔다’(22조의4)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 뒤는 김태년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 뒤는 김태년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이 대표는 2017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의 타당성 검증, 지난해 8월 국토연구원이 세종분원 설치·운영방안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출범한 당 특위도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당 특위는 지난해 9월 당시 세종 이전이 마무리된 정부부처 소관 상임위 11곳과 예산결산특위·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 및 국회사무처 일부가 이전하는 안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와 올해 정부 예산에는 세종분원 설계비 10억원씩이 배정됐고, 내년도 예산에는 설계비 100억원의 추가 편성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대표의 국회법 개정안은 운영위 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 운영위 소위에서 공청회를 개최한 다음 다시 논의키로 한 뒤 진전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며 “현재 운영위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김 원내대표와 세종분원 설치에 긍정적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모두 있지 않으냐. 여기서부터 멈췄던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이전엔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세종분원 설치에 관해서는 “그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대표가 발의했던 법안과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홍성국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제출돼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수도 이전이 말처럼 하루아침에 되면 좋겠지만, 야당과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차근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구성

-단장: 우원식(서울 노원을·4선) 의원
-부단장: 박범계(대전 서을·3선) 의원
-간사: 이해식(서울 강동을·초선) 의원
-위원: 김민석(서울 영등포을·3선), 박완주(천안을·3선), 김두관(양산을·재선), 맹성규(인천 남동갑·재선), 송기헌(원주을·재선), 조승래(대전 유성갑·재선), 조응천(남양주갑·재선), 강준현(세종을·초선), 김영배(서울 성북갑·초선), 문정복(시흥갑·초선), 민형배(광주 광산갑·초선), 송재호(제주갑·초선), 오기형(서울 도봉을·초선), 이장섭(청주서원·초선) 의원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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