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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 갈린다"…윤석열 힘싣는 통합당, 한동훈엔 침묵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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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하란 결정을 해도 법무장관과 중앙 수사팀이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것이라 생각한다.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 쫓겨나도 담담하게 이겨내겠다”

지난 24일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대한 수사ㆍ기소 적절성을 판단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한 한동훈(47ㆍ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한 ‘작심 발언’이다. 현직 검사장이 추미애 장관을 정면 비판하자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추 장관과 잔뜩 각을 세우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한 검사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호평이 줄을 잇던 것과 다른 반응이다.

통합당에서 내는 논평에도 한 검사장을 칭찬하거나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은 찾기 힘들다. 지난 25일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자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검찰 개혁’을 하겠다며 본인들이 심의위를 만들고선 입맛에 맞지 않자 ‘적폐’라고 뱉어낸다”고 여당을 비판했는데, 한 검사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한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 논란이 일었을 때도 배준영 대변인은 “윤석열 검찰을 못 믿겠다는 선언이자, 검찰 수사 독립성 훼손”이라고 반발했지만 한 검사장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통합당과 한 검사장의 ‘어색한 관계’는 문재인 정부 초반에 있었던 ‘적폐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한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를 앞장서서 이끌었다.

한 통합당 중진의원은 “지금도 한 검사장 이야기만 나오면 이를 가는 당 인사들이 많다”고 했다. 다른 당 인사도 “일부 인사들 사이에 당시 보수 진영의 ‘궤멸’에 한 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앙금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달리 보면 한 검사장이 이념이나 정치 지형에 구애받지 않고 직에 충실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지금은 한 검사장과 윤석열 검찰에 힘을 실어줄 때”(법조계 출신 초선의원)라는 의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지를 권고한 심의위를 비판하는 여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심의위의 권고 직후 여권에서 “사건을 검찰 입맛대로 처리하거나 봐주기 위한 면피용 기구”(김남국 민주당 의원)라는 비판이 나오자 통합당은 수사심의위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문무일 검찰총장 아래서 만들어진 제도로, 여권에 불리한 사건을 수사할 때는 되려 활용을 장려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발끈했다.

오는 9월 8일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를 추천하는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는 9월 8일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를 추천하는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실제 추 장관도 수사심의위 활용을 장려한 적이 있다. 지난 1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기소하기 위해 결재를 받으려던 중앙지검 수사팀과 이를 거부하던 이성윤 중앙지검장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다. 당시 법무부는 전국 66개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중요 사안 처리에 관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심의위, 부장회의 등 내부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야당에서는 이를 “노골적인 정권 수사 방탄용”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관련 검찰이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시도했을 때도 오히려 심의위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 장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처럼 복잡한 사건은 짧은 시간에 심의위에서 결론 낼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하지만 비교적 단순한) ‘검언 유착’ 사건은 수사자문단이 아니라 심의위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손국희ㆍ한영익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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