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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전격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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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 폐쇄하라고 요구하고 중국도 보복조치를 선언하며 미·중 외교전쟁이 확산하고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 e메일로 배포한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지재권·개인정보 보호 위해” #72시간 안에 영사관 폐쇄 명령 #중국 “일방적 정치도발” 강력반발 #우한 미 영사관 보복 폐쇄 검토

또 “미국은 불공정 무역 관행과 미국 일자리 갈취 등 중국의 사악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은 것처럼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 중 “트럼프 행정부는 오랫동안 계속돼 온 지식재산권 절도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며 전날 미 법무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정보 등 10년간 기업 정보를 빼낸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만하면 됐다. 이런 일이 계속되도록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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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요구는 이날 중국 측 발표로 먼저 알려졌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갑자기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24일 오후 4시까지 폐쇄하라고 요구했다”며 “잘못된 결정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폐쇄 요구는 미국의 일방적인 정치 도발로 국제법을 엄중하게 위반했다”며 “중·미 관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대단히 야만적인 행위”라고도 비난했다.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은 미·중이 수교했던 1979년 미국 내 만들어진 중국의 첫 총영사관이다. 그런 만큼 양국이 이념 대결을 벗어나 정상적인 관계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외교적 의미가 있다. 이런 총영사관을 향해 미국 정부가 떠나라고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정면충돌로 향하고 있다.

또 외교사절 보호는 ‘외교 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따라 접수국이 지켜야 할 최우선적 의무이자 외교 관계의 기본이다. 이번 조치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그간 무역, 해킹, 남중국해, 코로나19, 홍콩보안법, 유학생 입국 등 경제·안보·교류 등 거의 전 분야에서 갈등을 빚어 왔던 미국과 중국이 이젠 상대를 향해 외교적 보복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해 10월과 지난 6월 미국이 중국의 외교 행낭을 제멋대로 개봉했고, 미국 주재 중국 외교기구와 외교관에 대해서도 폭탄 공격과 살해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대응 조치로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워싱턴=유상철·박현영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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