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경험칙 중 하나는 누군가의 선영(先塋)이 주목받는다면 대선주자 반열이란 의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직접 경북 봉화에 있는 부모 묘소 방문 사실을 알렸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대법원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지 이틀 만인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쉬시는 곳에 형님과 함께 인사드리러 왔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실었다. 그는 “힘겨운 삶 속에 고통을 나누면서 이해보다는 원망이 더 많았던 아버지, 이제 저도 아버지가 되고 보니 아버지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만하다”고 했다. 또 “하루종일 공중화장실 앞에서 뭇 남성들의 시선을 받으며 휴지를 팔고 10원, 20원 사용료를 받으시는 고된 노동”을 한 어머니도 기렸다. 자신의 어려웠던 성장 배경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페북에 “형님과 함께 인사” 글·사진 #정책공약수석에 선거전문가 기용 #삼성 출신 AI산업전략관도 임용
그는 연일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도심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정과 차별화되는 발언을 했다. 또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입법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참모 그룹도 크게 보강했다. 정책수석의 명칭을 ‘정책공약수석’으로 바꾸고, 그 자리에 선거정책전문가인 김재용(51) 전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을 15일 임명했다.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1기 의장을 지낸 김 수석은 2000년대 초반 일본 게이오(慶應)대에서 유학한 뒤 한국매니페스토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다. 김 수석은 “이 지사 자신이 일선에서 일하다 보니 민감하고 폭발성 있는 정책을 많이 다루면서 민심이 뭘 원하는지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대선이냐, (지사) 재선이냐의 관점이 아니라 한국에 진짜 필요한 정책이 뭐냐, 어떤 걸 해결해야 한국이 나아지느냐에 관심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이 원하는 부분들이 있으면 경기도를 넘어 국가 어젠다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김기덕(53) 전 삼성디스플레이 경영혁신그룹장을 경기도 AI산업전략관으로 임용했다. 지난 8일엔 기자 출신의 김홍국 전 tbs 보도국장을 경기도 대변인에 앉혔다. 지난해 8월엔 광주 지역활동가 출신인 강위원 더불어광주연구원장을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에, 지난 5월엔 부산 지역정치인인 이재강 전 민주당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평화부지사에 임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 지역구의 민주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 지사와 일면식도 없는 데다 다른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이들을 끌어온 것과 최근 정책·공보라인을 강화하는 걸 두고 ‘대선 캠프 꾸리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경기도 관계자는 “인사 결과를 놓고 해석하면 어느 지자체도 대선 캠프급 아니겠냐”며 “해당 직위에 가장 유능하고 적합한 인물을 등용해 도정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전익진·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