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고위당국자, “이인영 후보자, 먹는 거 아픈 거 보고 싶은 거 정치적으로 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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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할 경우 “(남북 간에) 먹는 것과 아픈 것, 보고 싶은 문제를 정치적으로 분리해 나갈 것”이라고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19일 밝혔다. 이 고위 당국자는 “최근 이 후보자와 통일정책 및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며 이같이 전했다.

23일 청문회 앞두고 이인영 후보자 입장 소개 #대북 식량·보건의료 지원, 이산가족 상봉 의미 #'정치적 분리'는 비핵화 협상과 상관없이 추진 #'비핵화 협상과 병행' 美와 향후 마찰 소지도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먹는 것’은 대북 식량 지원, ‘아픈 것’은 보건의료 지원, ‘보고 싶은 것’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자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 장관이 된다면 통일과정에서 노둣돌을 놓는 역할을 하겠다”며 창의적인 해법을 통한 ▶남북대화 재개 및 남북관계 복원 ▶인도지원 및 교류협력 추진 ▶남북관계 합의 사항 이행 등을 정책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는 당시 '창의적인 해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지금은 밥을 시작하는 단계다. 앞으로 밥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통일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대북 식량 지원, 보건 의료 지원, 이산가족 상봉을 3대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하되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 남북관계 단절 등 정치적인 상황과 분리해 진행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린 셈이다.

이 핵심 당국자는 한ㆍ미 워킹그룹에 대한 이 후보자의 입장도 소개했다. 여권에서 한·미 워킹그룹이 미국의 남북 대화 관여 창구 또는 남북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통일부가 남북관계 관련해서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분명한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북 제재 상황에서도 대북 제재와 상관이 없는 화이트 존, 미국의 대북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하는 블랙 존, (어느 쪽에 속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그레이 존 3가지가 있다”며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대북 제재라는 우산 밑에 넣어 놓고, 할 수 있는 것도 넣어 놓고, 할 수 없는 것도 넣어 놓고 하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평소 남북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 후보자가 장관이 될 경우 화이트 존과 그레이 존에 해당하는 사업을 한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한 이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한반도 긴장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간 협의 과정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비핵화와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미국과 마찰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관점에 앞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재산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중단이 필요하다"고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이나 유학비용 문제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이날 이 고위 당국자의 설명을 놓고 신상 관련 논란 대신 정책 이슈로 청문회를 돌파하겠다는 이 후보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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