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0.2% 성장 힘들 듯” 이주열 방어선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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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주열. [뉴스1]

이주열. [뉴스1]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한국은행의 전망이 더 나빠졌다. 한은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조만간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상반기 성장률(-0.5%)은 부진을 면치 못하겠지만 하반기 성장률은 소폭 회복(0.1%)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금통위, 기준금리 0.5% 동결 #“2분기 수출 감소 예상보다 크고 #고용 부진 계속, 소비 회복 더뎌” #이달 중 회사채 매입 본격 가동

특히 지난 2분기 수출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컸고 3분기 상황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2분기에 정점에 이를 것이란 당초 예측이 빗나가면서다.

2020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2020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고용이 계속 부진했다”며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겠지만 소비와 수출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다만 지난 5월에 가장 나쁜 시나리오로 제시한 -1.8%까지 (성장률이) 하락하진 않으리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23일 지난 2분기 성장률(속보치)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1.3%(전 분기 대비)였다.

15일 오전 노원구 일자리박람회에서 시민들이 참여 기업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5일 오전 노원구 일자리박람회에서 시민들이 참여 기업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한은은 또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0.5%)에서 동결했다. 연이은 금리인하로 시중에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됐다는 판단과 함께 자산시장 거품의 우려가 커진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원 일곱 명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을 부동산 시장 상황과 직접 연결하려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기준금리 동결은) 성장과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일 뿐”이라며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생각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최근 두 차례 대책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주택 가격의 추가 상승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은행 기준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아직은 금리인상을 고려할 때가 아니라는 견해도 분명히 밝혔다. 이 총재는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불확실성도 여전한 현 단계에선 완화 기조(저금리)를 유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이례적 확장 조치를 정상화(금리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건 모든 중앙은행 총재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미국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거나 코로나19 전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등의 큰 변화가 없으면 금리를 더 낮추긴 어렵다는 의견 일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대출이나 자산 매입 등 다른 정책수단을 활용해 경기 부진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과 정부가 함께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사주는 계획은 속도를 내고 있다. SPV에 1조원을 출자하는 정부 계획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SPV는 이르면 이달 중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한은은 17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SPV에 대한 대출한도와 조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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