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장성호, 잘 만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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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점수를 내야 이기는 경기다. 포스트시즌처럼 큰 경기에서는 득점기회가 많지 않고 점수로 연결시키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방'을 갖춘 해결사는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다.

9일(오후 6시) 광주구장에서 시작되는 기아-SK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는 두 팀의 대표적인 '클러치 히터'인 장성호(26.기아)와 이호준(27.SK)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지난해 타격왕 출신인 왼손 타자 장성호는 '저격수'라는 별명처럼 왼쪽.오른쪽을 가리지 않는 스프레이 히팅이 강점이다. 오른손 타자인 이호준은 넓은 문학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올해 36개의 홈런을 때려 홈런 4위에 오른 파워히터다. 그런데 이들 키(key) 플레이어에겐 풀어야 할 과거사가 있다.

1996년부터 2000년 5월까지 둘은 해태(전 기아)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광주일고 출신의 이호준은 94년 신인 1차 지명을 받았고, 서울 충암고 출신의 장성호는 96년 2차 지명 1순위로 뽑혔다.

고교 시절 투타에 모두 능했던 이호준은 투수를 선택했으나 8경기에서 승패 없이 방어율 10.44로 부진했고, 96년 타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해 장성호가 입단했다. 이듬해 97년 한국시리즈에서 이호준은 3타수 무안타, 장성호는 16타수 6안타(타율 0.375)로 희비가 교차했고, 해태의 간판 1루수는 장성호로 굳어졌다.

이호준은 지명타자.외야수로 떠돌다가 2000년 6월 신생팀 SK로 트레이드됐다. 외지 출신 후배에 밀려 고향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이호준은 올해 팀내 최다 타점인 1백2타점(5위)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해결사로 자리잡았다. 데뷔 후 첫 1백 타점 돌파이기도 했다. 장성호 역시 1백5타점(4위)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세자릿수 타점과 함께 팀내 타점왕에 올랐다.

올해 상대 전적에서는 장성호가 SK전에서 타율 0.406, 홈런 4개, 19타점으로 매우 강했다. 이호준은 기아전에서 타율 0.288, 홈런 3개, 11타점을 기록했으나 고향인 광주구장에서는 유독 약해 타율 0.219에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과연 이호준이 장성호와의 '엇갈린 운명'을 벗어던질지, 아니면 장성호의 약진이 계속될지 숙명의 2라운드가 시작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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