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계, '문닫겠다' 강력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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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국회의 조치에 대해 약사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다.

약사회는 의약분업을 거부하겠다는 태세다. 임의조제.낱알판매 등 의약분업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뿐 아니라 전국의 약국 문을 걸어 잠그는 수순까지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의료계와 약계, 정부 3자가 어렵게 약사법 개정안 합의를 이끌어 내 의료계와 약계의 갈등이 사그라졌다가 주사제를 계기로 다시 불붙게 된 것이다.

◇ 약사회의 분업 정면 거부〓약사회는 지난 1월 주사제를 분업 대상에서 제외키로 국회 보건복지위 약사법 소위가 결의하자 이달 초 시.도지부 회장단이 모여 '주사제 제외시 의약분업 거부' 를 결의했다. 지난 19, 20일 회원 1만7천여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81.1%의 찬성표를 얻은 상태다. 약사회의 반발 강도는 종전과 사뭇 다르다.

현 김희중 회장 집행부는 "의약분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의료계에 양보할 수 있다" 며 회원들의 불만을 다독거려왔다.

金회장의 임기는 28일로 끝난다. 현재 3명의 약사회장 후보들은 모두 "주사제 제외 저지" 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특히 올해 취임한 전영구 서울시약사회장은 의약분업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회장이 됐다. 전회장은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주사제를 제외한다면 아예 의약분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면서 "폐문(閉門) 투쟁까지 불사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개정 약사법 중 대체조제를 금지한 조항의 재개정 추진도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의약분업 정착 시민운동본부 신종원 운영위원장은 "주사제를 제외하면 오.남용이 방치돼 분업의 목적을 포기하는 것" 이라면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고 말했다.

◇ 주사제를 제외하면〓복지부 조사 결과 의약분업을 해도 주사제 사용 빈도(처방률 56%) 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국민 불편만 가중시키고 주사제 처방료와 조제료로 연간 4천억원의 돈이 더 드는데 주사제를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는 게 복지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약사회와 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신종원 위원장은 "의료기관에서 주사제를 직접 다루면 주사제 사용이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 고 우려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보건산업팀장은 "주사제 불편에 국민이 상당히 적응했는데 지금 와서 제외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다" 면서 "의보 재정을 절약하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고 비판했다.

◇ 국회 처리과정 및 전망〓여야 모두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상태여서 의원별로 개인의사를 피력했다.

민주당 김태홍(金泰弘) 의원은 "주사제를 제외하면 오.남용 폐해가 심각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이 동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주사제를 포함하면 국민 1인당 4천원을 부담해야 하고 환자 불편이 크다" 고 주장했다.

이번엔 민주당 최영희(崔榮熙)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의사 출신 의원들(한나라당 金燦于.朴是均, 민주당 高珍富) 과 약사 출신 김명섭(金明燮.민주당) 의원은 감정 섞인 언사를 사용하며 '제외' 와 '포함' 을 외쳤다. 3시간여 격론과 한 차례 정회소동 끝에 전용원(田瑢源) 위원장은 오후 8시쯤 표결을 선언했다.

반대표는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던졌다. 국회는 회기 시한인 28일까지 법사위-본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주사제 불편을 호소하는 지역구민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고 말하는 의원들이 많은 점에 비춰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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