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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나온 인천, 이번엔 벌레 나왔다…“깔따구 유충 정수장서 유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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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천 서구 일대에서 수돗물 속에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23건 이상 접수됐다. [연합뉴스]

인천 서구 일대에서 수돗물 속에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23건 이상 접수됐다. [연합뉴스]

“월요일부터 2마리 발견되더니 수요일에 또 2마리, 오늘 2마리 보였어요. 필터 안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니 미치겠네요.”

서구 왕길·당하동 등 23건 민원 #시, 3만6000세대에 “마시지 말라”

14일 인천 서구의 한 인터넷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인터넷 카페에는 수도꼭지에 설치된 필터에서 벌레가 발견됐다는 게시글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는 수도꼭지에 설치한 필터에 실지렁이 모양의 유충이 기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보인다”는 민원이 처음 들어왔다. 이후 10일과 11일 서구 당하동에서 비슷한 민원이 접수되는 등 14일까지 총 23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인천시 서구는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이 처음 발생해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당시 붉은 수돗물은 수계 전환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을 무리하게 높이다가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각 가정에 흘러든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 수돗물에 이어 벌레까지 발견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서구 검암동에 사는 이모(39·여)씨는 “아침에 씻고 나서 봤는데 알처럼 생긴 것과 붉은 실 같은 유충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에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의 일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깔따구 유충은 4급수 같은 썩은 물에서도 살 수 있어 수질오염 지표종이기도 하다.

인천시 측은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활성탄 여과지는 물 속에서 냄새나는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의 DNA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수자원공사와 함께 배수지 내시경 조사를 하는 등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유충 발견 신고 지역인 서구 왕길동과 당하동, 원당동 등 3만6000세대에 대해서는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시 교육청도 시 상수도사업본부 요청에 따라 민원이 접수된 지역 내 일부 학교의 급식을 중단했다.

천권필·심석용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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